(이호기 정치부 기자) “(원자력방호방재법은) 대통령의 ‘해외나들이용 법’에 불과하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여기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을 지칭하는 것으로 핵테러 행위 억제와 원자력시설의 물리적 방호를 위한 각종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의장국이던 우리나라는 핵물질과 원자력시설 테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며 우선 국내 입법부터 추진했으나 지난 24~25일 개최된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 때까지도 법 통과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적 망신을 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지요.
그러나 박 의원은 이에 대해 “과거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 기본법’입니다.
박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서 연설한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한선에 대한 국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2009년 12월 이 전 대통령은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 참석해 ‘녹색성장’과 관련한 기조 연설을 했습니다. 이에 앞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을 담은 녹색성장 기본법을 밀어붙였고 야당 반대에도 결국 본회의를 통과했지요.
박 의원은 “당시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현 청와대 경제수석)이 찾아와 법만 통과시켜 주면 (탄소배출량 상한선을) 합의해 오겠다고 했으나 결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입법을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현재 이 법은 빈 껍데기만 남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게 뭐냐는 게 박 의원의 주장입니다. 실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법안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박 의원의 얘기가 틀리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요?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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