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주 기자 ]
1942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당시 유명 경제학자인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에게 ‘베버리지 보고서’를 발표하게 했다. 영국 사회복지 시스템 방향을 설정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핵심은 간단했다. 모든 영국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최소한 생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표 제시였다. 이때 나온 말이 사회복지 분야에서 절대 문장처럼 여겨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겠다는 사회복지는 이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자동차에도 복지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해 관심을 끈다. 이른바 공장에서 나온 직후부터 폐차될 때까지, 나아가 폐차 이후도 책임지는 포괄적 서비스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복지에 착안한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생산 직후 소비자에게 건네지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열쇠를 넘겨받는 순간을 평생 기억에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구를 거듭하다 찾아낸 것은 신차 출고장을 테마파크로 바꾸는 방법이었다. 단순히 신차를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닌, 가족이 함께 즐길 별도의 테마 공간으로 바꿨다. 그렇게 변신한 신차 출고장은 관광지로 명성을 떨쳤고, 해당 브랜드의 구매로 연결됐다.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자동차도시 ‘아우토슈타트’, BMW가 뮌헨에 건축한 ‘BMW 벨트’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일본 혼다는 오사카에 소재한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USJ)’에 출고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신차 출고를 위한 비용 지출은 테마파크 입장권과 기념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 테마파크를 즐기고, 새로 구입한 신차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모두 순간의 감동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운행 때는 서비스와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제공에 주력한다. 골프대회를 열거나 오토캠핑은 기본이고, 정보기술(IT)을 통해 정비 서비스 시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때로는 문제를 사전에 막아주는 ‘찾아가는 비포 서비스’를 내세우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자동차를 타는 동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재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여성만을 위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독일을 방문했다. 눈여겨본 것은 독일 소비자들이 신차를 받는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가족 방문객이 넘쳐났다. 자동차의 요람을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미래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의 전략이다. 신차를 받는 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더 좋아하니 말이다.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단순하다. 국내에도 적지 않은 테마파크가 있던데….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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