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기술 이용해 성공…백신 부족현상 해소 기대
일본뇌염 특별한 치료법 없어…백신 미리 맞는 것이 최선
[ 이준혁 기자 ]
국내 제약사인 보령바이오파마가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일본뇌염백신을 출시해 화제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빨간집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중추신경계 전염병이다. 주로 돼지의 체내에서 증식한다. 매년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면서 경보발령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가 백신을 출시하면서 일본뇌염 백신 공급에 한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이달 말부터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늘어나는 일본뇌염 환자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여름철이면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하고, 일본뇌염 주의보 및 경보발령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올해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영진 인하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일본뇌염의 경우 기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 동남쪽으로 감염지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소아가 아닌 40대 이후 성인들도 발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뇌염 모기는 가까이 보아도 구별이 어려우며 물린 자국 역시 일반 모기에 물린 자국과 차이가 없다. 또한 물린 부위가 붓고 가려운 점도 동일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에 따른 증상은 모기에 물린 후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뇌염 증상은 갑작스런 고열(39~40도)과 두통, 현기증, 구토 등으로 이어진다. 증상 완화를 위한 초기 치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의식장애, 경련, 혼수에 이르게 되고 이 경우 대개 발병 10일 이내에 사망한다.
일단 일본뇌염에 걸리면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그런 점에서 백신을 미리 맞아두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본뇌염 예방접종(사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해 유아와 노인들이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전염병이어서 여름철에 맞아야 하는 계절접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일본뇌염 경보가 내려지면 서둘러 접종하는 것이 맞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미리 맞아도 된다.
일본뇌염백신 부족 현상 해소
이번에 보령바이오파마가 출시한 ‘보령세포배양일본뇌염백신’은 일본의 혈액제제기업 가케스켄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고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해 제조한 사백신(불활성화백신)이다. 사백신은 죽은 병원체를 넣어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은 원숭이 신장세포(Vero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한 후 일본뇌염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방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일본뇌염백신은 대부분 일본뇌염바이러스를 백신 생산용 쥐의 뇌에서 증식시켜 정제하기 때문에 쥐의 공급이 부족한 경우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이 제품은 쥐의 뇌에서 배양해 우려됐던 안전성 문제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일본뇌염 사백신(수입산)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환종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보령에서 개발한 일본뇌염백신은 세포배양 백신의 특성상 대량 생산이 가능해 백신 공급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여름철 일본뇌염백신 부족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완전접종 시 항체형성률은 99~100%다. 총 5회 접종해야 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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