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 지수 48.1…18개월만에 최저
수요부진으로 신규주문 뚝…시장기대 밑돌아
2014년 들어 생산·소비 등 거시지표 일제히 나빠져
중국 정부, 철도 등 인프라 투자 확대 움직임
[ 베이징=김태완 기자 ]
“최소한 2분기까지는 경기 하강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야오웨이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
경기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HSBC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8.1로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자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1~2월 지표가 나빴던 것은 춘제(春節) 연휴로 인한 계절적 요인 때문이지 경기를 제대로 반영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3월 지표 악화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제조업 PMI란 제조업체의 구매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생산·재고·고용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 산출한 지표로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선행지표로 쓰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이대로 가면 올해 목표 성장률인 7.5%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 달성 불투명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나빠진 것은 중국 내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HSBC가 발표한 3월 제조업 PMI의 생산지수는 전월의 48.8에서 47.3으로 큰 폭 떨어졌다. 이는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신규주문지수도 46.9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수출주문지수는 지난달 49.3에서 반등해 50을 소폭 넘었다.
중국은 올 들어 생산 소비 투자 등 거시 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됐다. 2월 수출은 114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줄면서 23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1~2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17.9%로 200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 부채 등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억제한 것이 제조업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6%에서 7.3%로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성장률도 7.3%에 그칠 것으로 봤다. BoA메릴린치와 노무라증권도 올해 전망치를 각각 7.3%와 7.4%로 낮췄다.
○인프라 투자 확대 추진
HSBC는 이날 “중국 정부가 계속 손을 놓고 있으면 올해 성장률은 7.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조만간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리커창 총리가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부양책 없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자신했지만 중국 정부는 최근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 경기부양 조치를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발전개혁위원회는 1424억위안을 투입해 하얼빈~무단장 등 5개 철도 노선을 짓는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중국철도그룹이 충칭시에 200억위안 규모의 철도운송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점 영역에 민간 자본의 진입 문턱을 낮춰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철도, 환경 정화, 공공주택 건설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 부문에서는 지급준비율이나 금리를 인하해 기업들의 돈가뭄을 해소시켜 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우선주 발행을 허용하고 부동산 기업의 증자를 허용한 것도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츠후이 화룽증권 부사장은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부양책이 2분기 또는 3분기쯤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 부채 등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라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쓰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쉐허상 궈타이췬안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단기간 내에 지준율이나 금리 인하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정을 활용해 도시화와 관련한 인프라 투자를 조기에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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