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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이 정부대책을 질타할 때 규제는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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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 이후 국내 언론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정부에 고강도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주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규제와의 전쟁에서는 언론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규제국가를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에는 언론도 정치와 함께 필연적 장치로 작동해 왔다.

언론들은 사소한 사건이나 사고라도 터지면 열화같이 정부에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며 관련 법안을 정비하거나 미비된 법안이 있으면 법안을 제정하라고도 요구한다. 당연히 정치권이나 정부는 서둘러 각종 지켜지지도 않을 법안을 마련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법안은 물론 하나같이 규제덩어리들이요 과도하게 엄격한 규칙을 담게 된다.

최근 법률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도 모두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법안들이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터지거나 게임중독 사건이라도 터지면 곧바로 엄중문책이 뒤따르고 원천봉쇄 식의 관련 법규가 태어난다. 식품위생이나 안전 규제에는 특히 이런 법률이 많다. 청와대 끝장토론 당일에 벌어진 SK텔레콤 불통 사태만 해도 그렇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이 통신망 장애로 전화 통화와 인터넷을 다섯 시간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자 일부 언론은 당장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야단이다. 해당 기업이 피해 배상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화살은 계속 정부로만 향한다. 결국 정부는 새로운 ‘강력 규제’ 법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도덕적 구호가 난무하거나 반기업 정서가 드높아지면 정부규제는 더욱 강화된다.

정치권은 언론에서 떠들면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이들은 곧바로 입법안을 제출한다. 의원입법안의 제안 이유서를 읽어 보면 으레 사건사고를 입법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주 끝장토론 당일에 발의된 17건과 그 다음날 접수된 21건의 의원입법안도 대부분 규제입법이다. 규제는 이렇게 사건사고와 춤을 추면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지고 선포된다. 결국 입법과잉을 낳고 규제과잉을 낳는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런 법률일수록 갈수록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준법이 투쟁이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사실 여론은 언제나 주자학적 명분에 매달리게 되고 강한 규제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국가주의적 욕구에 노출된다. 가능한 한 민간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사적 자치의 원칙에 맡기는 자유주의적 사고전환이 없는 한 시간이 지나면서 규제는 필연적으로 불어나 기어이 모두의 행동을 옭아매는 자승자박의 사슬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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