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말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성명서를 냈다.“보궐선거로 대통령을 다시 뽑자”는 진보진영에서조차 엄두를 못냈던 ‘금기어(禁忌語)’를 꺼내들기도 했다. 정국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대선불복'으로 비춰질까 대응수위를 놓고 전전긍긍했던 민주당 지도부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의 징계안을 발의하는 등 이를 국면전환의 호기로 삼았다.
당시 그에게 쏟아진 청와대와 여당 의원들의 집중성토와 싸늘한 여론은 초선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감내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기자회견장에서 물기를 머금은 커다란 눈을 본 기억도 난다.
아이러니컬하게 ‘뱃지’를 내려놔야 할 정도의 비난여론에 시달렸던 장 의원은 지난해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연말 후원금이 답지해서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3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에 따르면 장 의원은 지난해 1억4152만8759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초선의원이 정치자금법상 한도인 1억5000만원 거의 채운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3000만원 정도에서 후원금이 1년만에 5배 가까이 수직상승했다는 점이다.
당 대변인으로 맹활약한 배재정 의원이 3300여만원, 같은 초선비례대표인 임수경 도종환 의원이 각각 2520여만원과 2360여만원을 모금한 것과 비교하면 장 의원의 후원액수의 의미를 금방 알 수 있다. 또 장 의원 후원은 대부분 소액기부자들로 공개대상인 300만원 이상의 거액기부자가 단 1명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장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을(乙)’권익보호에 앞장서는 등 입법및 의정활동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정활동의 성과만으로 1년만에 후원금이 5배가까이 늘어날 수는 없다는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모든 이슈에는 찬반세력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거센 비난을 받으면 동조하는 세력이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언론등에서 이슈가 되거나, 설혹 욕을 먹는 일이 생기면 지역구에서 후원금이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설려는 성향은 다분히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한편 후원금 한도를 채울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의원중 김진태 의원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와 관련,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상대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많이 주고 받았다. 현재 국회 윤리위원회에 김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제소건수만 의원중 최다인 4건에 달할 정도다.‘종북 척결'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김 의원은 간첩조작사건 의혹과 관련, 여권내 남재준 사퇴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 옹호발언을 계속하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의 후원금 한도를 거뜬히 채웠다. ‘역주행' ’노브레이크'란 별명으로 지난해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김태흠,이장우 등 2명의 초선의원도 각각 1억4995만원과 1억4783만원을 모금했다.
내란음모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거받은 이석기 의원은 지난해 1억4658만원의 후원금을 쌓았다.또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항의, 최대 24일까지 삭발단식농성을 벌였던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지난해 후원금 성적은 모두 ‘상위클래스’에 속한다. 김선동 의원이 1억574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상규(1억5072만원) 김미희(1억4903만원) 김재연(1억4360만원) 오병윤(1억2182만원) 의원 순으로 후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국회의원 298명의 후원금 모금 총액은 381억92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억2816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공식후원 모금한도는 연간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으로 모금액과 사용처를 관할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1억5000만원 한도가 넘으면 소명서를 선관위에 내야 한다. 선과위에서는 고의 여부를 판단, 행정처분으로 경고를 하거나 반복되면 고발까지 한다.
통상적으로 의원들이 1억5000만원 한도를 고의적으로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고, 연말에 인터넷이나 계좌이체로 몰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경우는 정상참작이 된다.(끝)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