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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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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치킨과 맥주는 원래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소주와 삼겹살처럼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대표적 음식이다. 일부에선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다고도 설레발을 친다. 음식 자체로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프라이드 치킨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다. 1960년대 미군 부대에서 팔던 프라이드 치킨이 군무원 등을 통해 흘러나가 기지촌 인근에서 팔렸다는 게 유력한 주장이다. 이후 맥주회사의 마케팅과 식용유의 급속한 보급 등이 치맥 판매를 부추겼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은퇴자 증가와 호프집 증가의 상관성이 높다. 창업 비용이나 기술, 리스크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은퇴자들이 쉽게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호프와 치킨집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치맥을 유행시켰다곤 하지만 공급 증가가 치열한 경쟁을 불렀고 치킨 맛의 고급화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를 창출한 일련의 과정을 간과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치킨집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안전행정부가 어제 공개한 음식점 현황자료를 보면 호프집이 6만793개요, 통닭집이 3만3152개다. 두 업종을 합치면 전체 음식점 60만 2534개의 15%다. 10년 새 3배나 증가했다. 오죽했으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은 “‘프라이드 치킨 버블’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하지만 호프집의 5년 이상 생존율은 절반밖에 되지 않고 치킨집 생존율은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끊임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밀림의 정글이다.

치킨집 주인들은 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낸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갖가지 마케팅 기법을 동원한다. 1990년대 후반에 히트를 친 양념구이는 이미 한물 간 방식이다. 직화구이 장작구이 참숯구이에서 마늘치킨 파닭치킨 간장치킨 흑임자치킨 등 온갖 종류의 치킨들이 시판된다. 목숨 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하고 혁신하는 상황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호프나 치킨업체들의 고단함과 애환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서민들의 생업전선이며 심야배달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힘든 삶이 읽혀진다.

중국에서 치맥이 인기라고 한다. “눈 오는 날엔 치맥이 딱인데”란 ‘별그대’ 드라마의 여주인공 대사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류의 새로운 바람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호프와 치킨집의 땀과 눈물이 깔려 있다.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도 물론 이들의 땀과 노력의 성과다. 과정은 쓰지만 열매는 달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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