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조사, 133조 규모
유화업종 증가율 '으뜸'
[ 이태명 / 배석준 기자 ]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의 파라자일렌(PX) 합작공장을 오는 6월 완공한다. 합작사 설립은 작년 초부터 추진해왔으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100% 지분을 보유토록 하는 공정거래법 규제 탓에 투자가 지연돼왔다. 그러나 지난달 정부가 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개정함에 따라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같은 규제로 외국 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진행하지 못했던 SK루브리컨츠와 GS칼텍스도 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이들 세 회사의 올해 신규 투자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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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바람이 잦아드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투자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총 투자 규모가 132조991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발표했다. 시설투자 규모는 103조981억원, 연구개발(R&D) 투자는 29조8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9%, 6.9% 증가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600대 기업 중 255개사가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해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작년보다 6.5% 증가한 86조원을, 비제조업은 5.4% 늘어난 4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 가운데서는 석유화학 업종의 투자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년 대비 72.5%를 증액하기로 했다. 이는 올 들어 정부가 석유화학 업종 관련 기업 규제를 완화해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아도 되게끔 관련 규정을 바꿨다.
이 규제 완화로 SK종합화학은 올해 9763억원, SK루브리컨츠는 3100억원, GS칼텍스는 1조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또 울산공장 증설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에쓰오일을 위해 인근 석유공사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에쓰오일은 이 부지를 확보함에 따라 올해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업종 외에는 자동차·부품 업종이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2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전경련은 올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건 규제 완화와 함께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정부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은 규제”라며 “투자를 더 촉진하기 위해선 산업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별로 규제개혁 목표를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배석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