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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광활한 매력, 스코틀랜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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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매력, 스코틀랜드를 맛보다

글래스고, 6월 음악축제 웨스트엔드 페스티벌…도시 활기 절정
하일랜드, 북부는 대황야…거친 풍경에 숨 멎는 듯




스코틀랜드는 거칠고 극적인 땅이다. 세계적인 밴드들이 태동한 음악과 유행의 도시 글래스고부터 1999년에야 횡단보도가 생긴 오크니 제도의 신비로운 해안까지…, 스코틀랜드의 다채로운 분위기를 한데 아우르는 키워드는 황야와 바다로 이뤄진 지형일 것이다. 넓은 국토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에는 폭이 좁은 계곡들이 깊고 부드러운 주름으로 새겨져 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과 현재,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에든버러부터 글래스고까지 약 117㎞에 이르는 구역을 ‘센트럴 벨트’라 이른다. 스코틀랜드 인구의 약 80%가 센트럴 벨트에 모여 산다.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로버트 번즈의 시부터 코난 도일의 소설까지 스코틀랜드의 찬란한 예술적 유산 역시 이 지역에서 꽃을 피웠다. 두 도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에든버러는 오래된 석조 건물과 옛날식 굴뚝, 미로 같은 골목길로 가득하다. 엄숙하고 우아한 잿빛 거리에서는 퀼트와 위스키 등 스코틀랜드 전통 문화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래스고는 대영제국 시절 위대했던 도시들 중 하나였다.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경제적·문화적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천사를 위한 위스키’를 만든 영화 감독 켄로치와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저자 어빈 웰시는 글래스고에서 성장해 이곳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들을 계속 발표했다. 동쪽의 에든버러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서쪽의 글래스고는 습한 바다와 비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에든버러는 11세기 이후 왕실의 거주지였다. 왕가의 기품은 유서 깊은 도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지명은 로열 마일이다. 로열 마일은 에든버러 성에서 17세기 스튜어트 가의 궁전이었던 홀리루드 궁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에는 옛 의회 건물과 아름다운 성당들, 수많은 박물관이 도열해 있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캐시미어 상점과 기념품 가게들도 혼재되어 있다. 1년 내내 이방인들로 번잡한 이곳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은 에든버러 성과 세인트자일스 대성당이다. 가파른 절벽 위에 초연하게 선 에든버러 성은 도심 어디에서도 보인다. 투박하고 위엄 있는 풍모가 매혹적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상징하는 ‘운명의 돌’을 비롯해 역사적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내부는 감탄을 자아낸다.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은 1120년 세워진 스코틀랜드 최초의 성당이다. 네오 고딕 양식의 건물 안은 섬세한 조각과 오랜 세월 귀족들이 헌납한 장식품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는 것은 벽을 가득 메운 스테인드 글라스다. 정교한 유리창 아래 황홀하게 산란하는 빛의 풍경 앞에서 좀처럼 발길을 떼기 힘들다. 에든버러의 현대적 활기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는 8월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거리 곳곳에서 독특한 퍼포먼스와 전시를 펼친다.


빅토리아 저택과 현대건축이 뒤섞인 글래스고

글래스고는 좀 더 다양한 시대가 혼재한 도시다. 글래스고의 거리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멋진 저택들과 현대 건축의 거장의 역작들이 뒤섞인다. 20세기 초반 활약한 건축가 찰스레니 매킨토시는 글래스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근대 디자인의 거장인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글래스고 아트 스쿨과 라이트하우스 디자인 센터, 고색창연한 카페 월로 티룸을 유산으로 남겼다. 캘빈글로우 아트 갤러리 &뮤지엄에도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자연사와 고고학, 매킨토시의 작품들을 전시한 상설 갤러리는 물론 렘브란트, 라파엘로, 고흐, 보티첼리, 피카소 등 유럽 예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들 역시 눈길을 끈다.

소키홀 스트리트에서 시작해 몇몇 거리와 광장을 통칭하는 스타일 마일은 쇼핑 애호가들의 아지트다. 젊은이들은 일류 디자이너의 옷을 사고, 카푸치노를 든 채 극장으로 향하고, 세계적인 밴드들을 배출해온 시내 클럽에서 밤새 춤을 추며 논다. 글래스고에서 즐겨야 하는 것은 역사와 풍광이 아니다. 도시의 정수는 오히려레코드 숍의 진열대, 패션 매장의 쇼윈도, 무료 전시에 모여든 예술학도들의 행렬에 숨어 있다. 6월에 열리는 음악 축제 ‘웨스트엔드 페스티벌’ 기간에는 활기가 절정에 달한다.

여행자들이 꿈꾸는 모험은 도시의 경계 너머에서 기다린다. 스코틀랜드에 발 디뎌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저 광활한 대지를 ‘브레이브 하트’의 영웅담 정도로만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매력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과 이야기만이 아니다.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비와 바람에 지배당하는 대지의 진면목이 차례로 펼쳐진다. 부드럽고 깊이 파인 계곡, 황야에서 흔들리는 히스 풀, 강한 풍속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하늘이야말로 스코틀랜드의 진정한 영혼이 나부끼는 장소다. 북부의 험준한 고원 하일랜드(Highland)는 오랫동안 미개한 고립지로 취급 당했지만, 그 덕분에 어떤 지역보다 스코틀랜드적인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로맨틱한 역사와 환상적인 풍경

하일랜드는 스코틀랜드의 다양한 전통문화가 발원한 지역이다. 퀼트와 백파이프, 타탄 체크 등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들 역시 하일랜드 씨족사회의 문화였다. 하일랜드의 과거에는 무용담과 피비린내가 공존한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18세기 스튜어드 왕가를 지지하며 잉글랜드 군에 마지막까지 저항했고, 월터스콧의 소설과 역사 영화들을 통해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로맨틱한 역사와 환상적인 풍경은 여행자들에게 더 없이 매혹적인 조합이다. 에든버러 시내의 관광 안내소마다 넘쳐나는 ‘하일랜드 투어’ 홍보 문구들이 그 증거다. 하일랜드 투어는 보통 1~3일의 기간으로 구성되는데, 웬만한 여행자들에게 이 광활한 땅을 샅샅이 탐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풍경이 하일랜드의 어떤 지역에 해당되는지 알아야한다. 하일랜드 동부는 영국 여왕의 거주지인 발모랄을 비롯해 고성과 해안, 강과 계곡을 경유할 수 있다. 특히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들이 밀집해 위스키 애호가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하일랜드 서부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단기 여행객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해안도로가 이어지는 콘월 반도와 로몬드 호수, 윌리엄 요새 등 유명한 관광지들은 사시사철 인파로 붐빈다. 그러나 가장 황홀한 행선지는 가장 먼 곳에서 기다린다. 하일랜드의 북부는 유럽의 마지막 대황야들 중 하나다. 진달랫과에 속하는 히스 풀로 가득 덮인 거대한 언덕들 너머로 황량한 북해가 내다보이고, 그 너머 점점이 이어지는 섬들에는 선사시대의 음산한 유적들과 신비로운 해변이 자리한다.

오크니 섬에서 가장 유명한 신석기 거주지 ‘스카라브래’ 유적, 켈트교와 기독교가 뒤섞인 아이오나 섬의 십자가 등은 마치 그 시대를 여행하는 듯 강렬한 매혹을 남긴다. 하일랜드 여행의 적기는 여름이다. 언덕은 눈부신 녹색으로 물들고, 낚시와 다양한 야외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진다. 겨울은 매서운 바람을 버티기 힘겹지만, 북쪽 섬들에 한해 오로라를 목격할 가능성이 크다. 에든버러나 하일랜드 주도 인버네스에서 관광 상품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면, 렌터카 대여는 필수다.

tiP

스코틀랜드의 전통 음식들은 기름지고 투박하다. 심장질환 발생율 1위의 오명을 음식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그러나 차고 습기찬 바람에 시달리다 보면, 비옥하고 맛있는 요리들과 위스키 한 잔이 간절해지게 마련이다. 레스토랑부터 조식 뷔페까지 다양한 식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해기스는 양의 위에 채소와 내장 부속물을 채운 스코틀랜드식 순대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무엇이든 튀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감자, 피자, 초코바까지 튀겨서 판다. 스카치 파이는 육즙을 넣은 고기를 딱딱한 껍질로 감싼 파이다. 느끼한 음식이 입에 안 맞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등 대도시에선 인도식 커리부터 프렌치 레스토랑까지 온갖 국적의 식당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아일라 섬 같은 시골 마을에서도 채식주의자 메뉴를 갖춘 카페가 하나쯤은 있다. 어느 동네에서든 위스키 바는 사교의 중심이다. 한번쯤은 반드시 들러보자. 에든버러에서 체류할 예정이라면, 패션 브랜드 미쏘니에서 개장한 호텔 미쏘니에서 하룻밤 묵어보는것도 괜찮다.

에든버러=정미환 여행작가 clart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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