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자녀 양육’ 부담을 완화해주는 쪽으로 추진 중인 정부 정책이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분석이 가능한 연구 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 의뢰해 분석한 ‘여성 고용률 제고방안’ 보고서를 펴냈다. 이 조사는 20세 이상 여성 588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결혼한 여성이 미혼 여성보다 일을 그만둘 확률이 37.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결혼’을 계기로 경제활동을 포기할 확률이 58.2%에 달했다.
이혼·사별도 여성의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혼이나 배우자와 사별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일을 그만둘 확률이 37.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녀 양육과 경제활동 중단 사이의 상관관계는 낮았다. 조사 대상 여성 가운데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여성에 비해 일을 그만 둘 확률이 2.9% 높았을 뿐이다. 민 교수는 “자녀양육보다 결혼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확률이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며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계기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정부의 경력단절 여성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정부는 여성의 경력단절의 주된 이유를 자녀 양육으로 보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녀 양육보다 결혼을 전후해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라며 “가사도우미 비용 소득공제 등 결혼 때문에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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