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로 중간 지주사 설립
美 건설경기 회복에 상장 우호적
기업공개로 차입금 줄일 수 있어
[ 이태호 / 조진형 기자 ] ▶마켓인사이트 2월28일 오전 10시41분
국내 최대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건설장비업체 밥캣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를 설립해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미국 건설경기 회복으로 밥캣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우호적인 상장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2007년 밥캣 인수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차입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이하 밥캣홀딩스)를 신설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100% 자회사로 설립되는 밥캣홀딩스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홀딩스유럽(DHEL)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맡는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현재 88%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DII는 미국에서, 78%를 보유한 DHEL은 유럽에서 밥캣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간 지주회사 설립으로 둘로 쪼개져 있던 밥캣을 합치는 것은 상장을 위한 수순이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처음 밥캣을 사들일 땐 미국과 유럽 법률이 다르다 보니 불가피하게 2개 회사로 나눠서 인수했다”며 “비상장 지배회사를 만든 뒤 상장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밥캣 기업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낮아 상장까지는 2~3년 걸릴 것”이라며 “보유지분이 충분한 만큼 일부를 사전 기업공개(pre-IPO) 형식으로 팔아 자금을 미리 조달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주회사 설립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밥캣 사업 부문의 긍정적인 가치가 인정받을 경우 종전보다 싼 이자로 차입할 수 있다”며 “세금 부문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7월 미국 잉거솔랜드에서 밥캣을 차입 인수방식으로 인수했다. 인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지만 이 때문에 매년 만만찮은 이자 비용을 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6조3902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695억원이었지만 이자 비용 때문에 순손실이 1009억원에 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부채비율 악화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12년에 5억달러의 영구채권을 발행하고, 지난해 12월엔 4억달러 규모 해외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하는 등 금융기법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밥캣홀딩스 신설의 주목적은 DII와 DHEL의 책임경영과 경영 효율성 제고에 있다” 고 말했다.
이태호/조진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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