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1일 5000만원→1000만원
한도 늘리려면 1만원 안팎 OTP생성기 사야
[ 김일규 기자 ] 은행들이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과 모바일, 전화 등을 통해 한 번에 이체하거나 하루에 이체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체한도를 종전의 10분의 1로 줄인 은행도 있다. 이에 따라 하루 자금이체 규모가 큰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창구에 직접 나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거액을 이체하려면 ‘일회용비밀번호(OTP·One Time Password) 생성기’를 구입하면 되지만, 1만원 안팎을 내야 한다.
○우리·신한, 3월부터 한도 축소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월 중 인터넷·모바일·텔레뱅킹을 이용한 1회, 1일 이체한도를 일제히 줄이기로 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한도(보안카드 사용 시)는 기존 1회 1000만원, 1일 5000만원에서 1회 500만원, 1일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텔레뱅킹은 1회 1000만원, 1일 5000만원에서 각각 500만원으로 축소된다. 텔레뱅킹을 통한 하루 이체한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다.
신한은행도 3월24일부터 텔레뱅킹 이체한도를 축소한다. 종전까지 이체한도(보안카드 사용 시)는 1회 1000만원, 1일 5000만원이었지만 500만원씩으로 줄이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중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한도도 축소할 계획이다. 1회 500만원, 1일 1000만원까지 이체한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인터넷·모바일·텔레뱅킹의 하루 이체한도(보안카드 사용 시)를 모두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였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루 이체한도가 5000만원으로 가장 큰 국민은행도 한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OTP 사야 거액 이체 가능
이체한도를 초과해 돈을 보내려는 사람은 은행 창구에 직접 가든지, 은행에서 파는 OTP 생성기를 구매해 보안등급을 높이면 된다. OTP 생성기는 전자금융을 이용할 때 1회용 비밀번호를 만들어주는 보안장치다. 번호가 노출될 경우 금융사기에 취약한 보안카드에 비해 안전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OTP 생성기가 있으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은 1회 1억원, 1일 5억원까지 보낼 수 있다. 텔레뱅킹도 1회 5000만원, 1일 2억5000만원까지 이체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OTP 생성기가 있는 경우에는 기존 한도 그대로 자금을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OTP는 크게 토큰형과 카드형 두 가지로 발급되는데, 기능은 같고 모양만 다르다. 토큰형은 대부분 은행이 5000원에 팔고 있지만, 쓰기에 편리한 카드형은 1만원이 넘으며 최대 1만8000원(신한은행)까지 한다.
때문에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보안 강화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들이 OTP 생성기 구입 비용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OTP 생성기는 건전지를 교환하거나 충전할 수 없어 때가 되면 다시 사야 한다. 지난해 발급된 OTP 생성기는 약 176만개에 달한다. 하나에 1만원씩만 잡아도 176억원이 금융소비자 주머니에서 나간 셈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