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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사상최대 경상흑자의 이면…저성장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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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대 연간 경상수지가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최근 신흥국의 금융 위기가 증폭되는 와중에 한국의 경제 펜더멘털이 돋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측면도 있다.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가 경상수지 흑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국내 투자와 소비가 침체될 경우 수입이 줄어 경상 흑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액의 경상흑자가 국내 경기의 침체기에 확대되는 ‘불황형 흑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6년 연속 흑자…작년 707억弗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흑자는 707억3000만달러로 종전 사상 최대치인 2012년의 480억8000만달러보다 47.2%(226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64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23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의 차이)는 607억1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이 5709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0% 늘었고 수입은 5102억1000만달러로 0.8% 줄었다. 서비스수지도 60억달러 흑자를 기록, 지난해보다 흑자폭을 2억7000만달러 늘렸다. 큰 폭의 경상흑자는 의미가 크다. 미국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본격화하면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차별화가 돋보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예고에 다른 신흥국들이 흔들릴 때, 우리나라의 금융 안전성이 유지된 것도 견고한 경상흑자의 덕이 컸다. 707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 경상흑자는 우리나라의 외채구조를 개선하고 외환보유액을 증가시켜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한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기초체력 ‘가늠잣대’

가계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를 작성해 가계의 재정상태를 파악한다. 가계와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경제도 다른 나라와 거래해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함으로써 그 나라의 경제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다른 나라와 거래하면서 얻은 수익·손실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를 경상수지라 한다. 무역·서비스·소득·경상이전 4개 부문에서 낸 흑자와 적자를 합쳐 산출한다. 한 나라가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경제 기초체력을 따질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나라의 수입·지출은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화 및 서비스의 이동, 임금 및 투자 소득의 이동 등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은 실물부문에 해당되며 나라 간의 자금거래 등과 관련된 수입과 지출은 금융부문에 해당한다. 한 나라가 실물부문에서 다른 나라와의 거래 결과 벌어들인 수입에서 지출을 차감한 금액이 그 나라의 경상수지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4개 부문 중 상품수지는 재화의 수출입 거래결과다. 서비스수지는 서비스의 수출입 거래결과이고 본원소득수지는 생산요소(노동·자본)의 이용대가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유출·유입액이다. 이전소득수지는 무상원조나 개인송금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이동한 자금 거래액이다.

#내수부진 ‘불황형 흑자’ 분석도

사상 최대, 16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라는 화려한 지표 이면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경상수지는 수출이 늘어도 흑자가 나지만 국내 투자나 소비가 침체될 경우에도 수입이 줄어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다. 경상흑자는 국내 경기의 침체기에 확대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민간소비는 두 해 연속 1%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설비투자도 두 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따라서 지난해 큰 폭의 경상흑자는 수출 증가도 있지만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가 상당부분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대규모 경상흑자는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이럴 경우 당장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수출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작년에도 원고와 일본의 엔저가 맞물리면서 대일(對日) 수출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日 경상흑자는 30년래 최저…한국의 절반
지난해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3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1% 급감했고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일본 재무성은 작년 경상흑자를 전년 대비 31.5% 감소한 3조3061억엔으로 발표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경상수지 연도별 통계를 발표한 1985년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미 달러로 환산하면 323억달러로 한국(707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전년 5조8141억엔보다 83% 급증한 10조6399억엔에 달한다”며 “이는 지난해 엔화 가치가 20% 하락하면서 수출 부분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더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막대한 무역적자와 경상흑자 감소 요인은 엔화가치 하락이 일본 내 수요를 급증시켜 해외로부터 수입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사고 이후 전기·연료 등 에너지 상품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 작년 일본 수입액은 77조엔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일본의 국가부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017조9459억엔(9조98억달러)으로 사상 최대다. 일본 국내총생산(GDP) 5조72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다면 일본 경제가 GDP의 2배에 달하는 빚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들은 “2000년대 초 나타난 막대한 경상흑자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소비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소비주도형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서 일본의 해외자산 수입, 무역 적자가 회복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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