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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누굴 위한 근로시간 단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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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경기의 한 사출업체에서 23년째 일하는 K반장은 상여금을 포함해 월평균 480만원을 받고 있다. 그는 요즘 걱정이 많다. 주당 근무시간이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럴 경우 월급은 330만원으로 30% 이상 줄어든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자녀를 둔 K반장은 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어떻게 뒷바라지할지 한숨이 나온다.

K반장이 몸담고 있는 업체는 만성적인 생산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여러 곳에 모집공고를 내도 단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적어도 근로자를 8명 더 뽑아야 하는데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면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그래서 아예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로시간단축…임금 하락 '유탄'

이 회사 인근 염색단지에서는 해마다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진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력이 없다 보니 큰 오더를 받은 기업은 이웃 회사에서 데려온다. 옆집 사장들끼리 고성이 오가는 일도 종종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직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년 이상 지속된 해묵은 과제다. 그런데도 전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단축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첫 번째는 조만간 있을 대법원 판결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바탕으로 주 68시간 범위 내에서 일을 시켜왔다. 주당 40시간에 법정 연장근로한도(주 12시간)와 휴일근무(16시간)를 합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등법원에서 “휴일근무도 연장근무에 해당돼 가산수당이 중복 할증된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임금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법 해석에 의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업과 근로자 자율에 맡겨야
여기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을 위해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 요지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예외적 사유가 있는 경우 6개월 동안 연장근로를 주 20시간(12+8시간)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결국 52시간을 기본 한도로 하되 특별한 경우에만 8시간 추가 근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인과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일감이 밀려 주말 특근을 거쳐 월요일 아침까지 선적해야 하는데 금요일 저녁 6시에 ‘동작 그만, 전원 퇴근’을 외칠 수 있는 기업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개정안대로라면 중소기업인 상당수가 ‘범법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생산직 상당수는 시급(時給)으로 임금이 책정된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곧바로 임금이 깎인다.

당초 근로시간 단축이 거론된 것은 장시간 노동의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삶의 질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일자리 없애기’로 전락할 수 있다.

생산직 인력 충원에 대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추진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중소기업인들은 묻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경영환경도 어려운데 근로시간만큼은 노사 자율에 맡겨줄 것을 간곡히 요구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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