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는 웃고 학생은 우는 교실 풍경
달리고 느끼며…창조의 힘 키워줬으면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
지난주 조금은 별난 청소년들을 만났다. 입시준비 체육이 아니면 생활스포츠는 엄두도 못 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지역에서 무려 6년 동안이나 자신들의 힘으로 청소년 야구대회를 벌여온 학생들이었다. 각기 10여개의 야구클럽에서 운동하면서 매년 두 차례씩 정기대회를 해오고 있었다. 공부는 언제 하느냐는 어른들의 걱정을 다독이기라도 하듯 공부도 잘했고 무엇보다 건강했다.
그들을 보면서 몇 년 전 고등학교 시험감독 갔을 때 봤던 교실 풍경이 떠올랐다. 그 흔한 솜씨자랑도, 그림 한 장도 없이 온통 대학지도와 대학입시 일정표로 빼곡했던 교실. 이건 교실의 환경정리 문제가 아니라 입시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교육철학, 교육현실의 반영으로 읽혔다.
한창 뛰고 달리며 커나가야 할 청소년들을 한밤중까지 입시정보 공간, 교실에 가둬놓고 성적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왔던 게 아니었는지 시험감독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리가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5개국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비교 연구한 ‘PISA 2012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이 수학, 읽기, 과학 전 영역에서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놀라운 성취도를 보였다. 그러나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수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 학습 의욕, 자신감, 능력에 대한 믿음을 알아보는 항목에서 모두 세계 꼴찌에 가까웠던 것이다. ‘성적표는 웃는데, 학생은 울고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 또한 OECD 23개국 중 5년 연속 꼴찌다. 초등학생 7명 중 1명, 고등학생 4명 중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도 답했다. 실제 청소년들의 자살이 언젠가부터 뉴스조차 되지 않을 만큼 빈번한 일이 돼버렸다. 이 숨 막히는 현실을 끊어내고자 하는 절박함이 있어야 할 때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뛰고 달리고 느끼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서 다양성과 창조의 힘이 나온다. 무엇보다 학력으로 차별받지 않고 학연으로 소외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 때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건 아이들에게 달렸다.
김현미 < 국회의원·민주당 hyunmeek@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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