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보다 더 커진 변수
생산직 비중 높은 車업계, 노사 진통 클 듯
[ 정인설 기자 ] 내달 초 노사 대표 간 첫 만남을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밑 협의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짓고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첫날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임금이라는 복잡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어 기본급을 작년 수준(7%) 이상으로 올려야 하지만 통상임금을 생각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는 원칙 말고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올해 임단협이 지난해처럼 빨리 끌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자업계로 밀려든 ‘통상임금’ 폭풍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 분야 대기업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까지 올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통상임금 변수로 인해 섣불리 노사 협상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자 대기업들은 지난해까지는 연간 실적을 토대로 기본급 인상 요인만 따지면 돼 임단협을 일사천리로 끝냈다.
대부분 3월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해 늦어도 그달 중순에 타결지었다. 이후 3월21일부터 25일 사이에 지급되는 3월 급여부터 인상된 요율로 월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월13일께 임금 인상률을 확정했다.
또 여태껏 실적이 좋으면 시장 평균치 이상으로 기본급을 올려줬다.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4%였지만 삼성전자는 기본급을 5.5% 인상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7%나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 전자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본급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요인이 생기는 만큼 명목상 기본급 인상률을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해야 하지만, 노조 측에서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제조업의 전체 임금이 2.1%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로 해 예년보다 노사 합의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생산직 많은 자동차, 진통 불가피
자동차 업체들은 전자업종 대기업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상당수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통상임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지켜본 뒤 올해 임단협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은 아직까지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함께 논의할지 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생산직 비중이 전체 직원의 80%에 달해 생산직 비중이 10~20%인 전자업종에 비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다음달 말 열리는 노조대의원대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현재 현대·기아차 노조 집행부는 통상임금 문제가 끼어들면 임금 협상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별도 협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패키지 논의를 원하는 노조 계파도 있어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통상임금 현안을 법제화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GM은 매년 5월 시작하던 임단협을 올해는 좀 더 일찍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임금 적용 범위 등을 놓고 어느 해보다 열띤 토론이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한국GM은 2012년 통상임금 지급에 대비해 8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이 때문에 그 해 34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도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13 회계연도에 통상임금으로 인해 13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 영업이익이 287억원에서 157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LG 등이 통상임금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 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다른 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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