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미니코리아 대장 "돌아이로 불리던 활동 초창기…지금은 대한민국 대표 車동호회로"
운전자 3000만명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제는 자동차와 함께 있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단순히 운전하는 시대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동호회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친목 도모, 정보 교류,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경닷컴이 경상용차 다마스부터 수입차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우디까지 다양한 차종의 동호회를 찾아 그들이 풀어놓는 재밌는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 최유리 기자 ] 매년 5월이 되면 도로 위에선 진풍경이 펼쳐진다. BMW 미니 오너들의 국토종단 행렬인 ‘미니런’을 볼 수 있어서다. 수 십대의 미니가 모임을 갖지만 똑같은 차는 단 한 대도 없다. 외관 색상, 사이드미러 디자인, 차체에 붙인 뱃지 등에 따라 개성을 뽐낸다. 스스로를 ‘미니 돌아이’라 부르는 동호회 ‘미니코리아’의 모습이다.
2006년부터 시작된 미니런은 자동차 동호회 문화의 상징이 됐다. 동호회가 자체적으로 기획해 미니 오너들을 하나로 만드는 행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도 ‘톡톡 튀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지난 11일 미니코리아를 이끄는 박재형 대장(36)을 만났다.
◆ "오너라면 무조건 누려라"…미니의 가치='타는 차+놀이 문화'
2005년 미니 오너가 된 박 대장은 당시 BMW코리아가 개최한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단지 차를 샀을 뿐인데 차를 즐기는 방법까지 제시해 준다는 경험 자체가 새로웠다고 그는 회상했다.
“수입차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소형차를 3000만~4000만원에 산다는 이유로 욕을 먹던 시절이니까요. 그런데 행사를 즐기다보니 미니에 지불한 돈에는 이런 문화도 포함된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니 오너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가치인거죠. 미니런도 비슷한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2006년 첫 미니런을 열 때만 해도 모든 과정이 미숙했다. 행사 콘셉트를 잡고 코스, 숙소 등을 결정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됐다. 미니런 당일 36대의 미니가 모였지만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는 10대 중 한 대도 없었다. 서울~제주에 이르는 주행 코스를 지도에 일일이 표시해 회원들에게 나눠줘야 했던 이유다.
미니런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강남에서도 미니가 등장하면 손가락질하면서 쳐다보던 때였습니다. 그런 차 몇 십대가 지방 곳곳을 누리니 생소한 광경이었겠죠.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허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지난해까지 누적 등록대수 2만대를 넘는 미니지만 론칭 초기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2005년 미니쿠퍼와 미니쿠퍼S로 국내에 발을 디딘 첫 해 761대가 팔렸다. 현재 거리를 활보하는 수억 원대 스포츠카 포르쉐보다 당시 미니가 생소했다는 의미다.
우여곡절로 시작했던 미니런은 지난해 어느덧 8회째를 맞았다. 서울부터 해남, 거제도, 태백, 제주에 이르기까지 안간 곳이 없을 정도다. 미니런 개최에 들어가는 비용도 해마다 1억원에 이른다.
회를 거듭할수록 미니런은 미니코리아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 잡았다. 동호회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 참가 신청은 마감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미니런의 인기 덕에 동호회 규모도 급속히 커졌다. 2005년 450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4만 명을 넘어섰다.
“미니런이 동호회를 활성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차를 팔기 전에 마지막으로 미니런에 참여했다가 못 팔고 계속 타는 회원들을 많이 봤죠. 미니런에 나가려고 미니를 사는 사람도 꽤 있을 정도예요.”
◆ 안전 주행·건전한 문화 위해 규칙 마련…"미니만의 색깔 지켜가겠다"
미니런을 개최한 지 10년 가까이 되면서 자연스레 여러 규칙도 만들어졌다. 매년 큰 사고 없이 단체 주행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
“주행 스타일에 따라 조를 나줘 조별로 속도를 다르게 갑니다. 선두와 후미 차량을 정해 추월을 절대 금지하고요.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철없는 짓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규칙을 철저히 지키죠.”
도로 밖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들은 다소 보수적(?)이기까지 하다. 송년회를 제외한 모든 모임에서 술은 금지된다. 3박4일 동안 진행되는 미니런 행사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을 지켜야 한다. 부부라도 다른 이성의 숙소에는 출입할 수 없다는 것. 젊은 남녀가 주를 이루는 동호회인 만큼 지나치게 자유분방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대신 동호회의 모든 에너지를 ‘자동차 놀이’에 집중시킨다. 미니만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즐기기 위한 서킷 주행(미니 챌린지), 시간적 여유가 없는 회원들을 위한 단거리 주행(유니온), 세차 번개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회원들이 동호회에 쏟는 열정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미니 챌린지는 기획에만 3년이 걸렸어요. 퇴근 후 모인 운영진들이 새벽까지 회의를 하면서 준비했죠. 동호회 활동에 너무 빠져서 가족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동호회가 일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만큼은 피하고 싶어 회사에 비밀로 했는데 미니런에서 직장 상사를 만나버렸죠. 이젠 주변에서 미니에 미친 저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예요”
동호회가 유명세를 타다보니 여러 유혹도 뒤따른다고 박 대장은 털어놨다. 행사를 후원하겠다는 기업들이 수두룩하고 영리 목적으로 동호회를 사겠다는 제안도 받았다는 설명이다.
“5000만원에 동호회를 넘기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습니다. 미니런도 BMW코리아 외에는 후원을 받지 않고요. 미니코리아가 가진 순수한 색깔을 지키기 위해서죠. 미니런만 해도 미혼이었던 회원이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 오는 등 여러 세대가 어우러집니다. 로버미니를 타는 할아버지가 뉴 미니쿠퍼를 타는 손자와 함께 올 수 있는 동호회. 그게 저의 꿈입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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