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최초 천만 관객 가시권
디즈니, 韓 흥행수익 660억 '잭팟'
'천만이 선택한 애니메이션'은 꿈에 머무르지 않을 전망이다.
디즈니의 야심찬 신작 '겨울왕국(Frozen)'이 멈출 줄 모르는 기세로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지난 20일 하루 5만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923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외화 흥행 2위인 '아이언맨3(900만명)'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초반의 흥행 열기가 다소 꺾인 감이 있지만 주말엔 여전히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개봉작 흥행 10위에도 올랐다. '관상(913만명)'을 넘은 '겨울왕국'은 이변이 없는한 주중 '설국열차(934만명)' 또한 넘어서며 역대 개봉작 흥행 성적 9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최종성적 어디까지…오는 주말 1,000만 분수령
'겨울왕국'은 지난 1월 16일 국내 개봉 직후부터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평일 개봉 애니메이션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16만명), 역대 개봉 2주차 애니메이션 최고 주말 스코어(124만명), 역대 애니메이션 최장 기간인 3주 연속 예매율 1위, 역대 애니메이션 최장 기간 박스오피스 1위,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좌석점유율(79%), 애니메이션 최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 등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겨울왕국'이 지난 2일 '쿵푸팬더2'가 갖고 있던 국내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타이틀(506만명)을 빼앗으며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자 이미 일각에선 전무후무의 '애니메이션 천만 관객'까지 조심스레 점쳤다.
가족단위 관람이 많은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고려하자면 '겨울왕국'이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게다가 개봉 첫 주말부터 3주차 주말까지 매주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작품 대부분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선례 또한 있다. 최근의 '변호인',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광해'는 물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아바타'가 이와 같은 경우다. 추세대로라면 천만 관객 동원은 요원한 일이 아니다. 단, '미션 임파서블4(757만)'와 '아이언맨3(900만)'의 경우처럼 초반 폭발적이었던 흥행세가 순식간에 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 OST, 여전히 음원차트 강세…흥행 지원사격
여기에 음반이나 서적의 흥행은 물론 온라인 패러디와 같은 2차 저작물의 확산은 '겨울왕국'의 흥행 첨병을 자처하며 천만 고지 점령을 이끌 전망이다. 사실 '겨울왕국'의 초반 국내 흥행 돌풍은 OST(삽입곡)가 견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봉 직후 극중 엘사의 주제곡 'Let it go'를 비롯,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Love is an open door', 'In summer' 등 주요곡들이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국내 음원사이트 차트 최상위권에 포진하자 자연스레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이다. 디즈니는 이와 같은 '공짜 홍보'를 통해 '겨울왕국'의 예고편조차 접하지 못했던 이들의 발길을 극장가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특히 'Let it go'는 영화 OST와 해외곡으론 이례적으로 지난 1일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10곳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세를 이어6일 발표된 대중음악 공인 차트 '가온'의 주간 부문 1위에도 올랐다.
디즈니가 지난해 12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이디나 멘젤(극중 엘사 목소리 역)의 'Let it go' 시퀀스 영상 역시 이미 누적 조회수 1억 건을 넘어섰다. 또한 브라운관과 인터넷에서 유명 가수는 물론 일반인들이 이를 모창하며 화제를 생산함에 따라 'Let it go' 신드롬은 '겨울왕국' 흥행과 궤를 같이하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
▶'Let it go' 시퀀스 보러 가기]
여기에 완성도 높은 한국어 더빙도 흥행의 한 요인이란 분석이다. '겨울왕국'은 더빙 과정에서 아이돌 멤버나 인기 개그맨을 섭외하는 기존 애니메이션 더빙 방식을 완전히 배격했다. '겨울왕국'은 뮤지컬 배우와 전문 성우 기용에 집중해 오리지널 자막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더빙판을 완성시켰고, 이것은 결국 더빙의 질적 향상과 함께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극장가에선 자막판과 더빙판이 비슷한 관객을 모으며 '디즈니의 선택'이 옳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 전통적 '왕자 판타지'의 실종…주체적 공주는 현대의 여성상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각색한 '겨울왕국'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디즈니의 전통적 '왕자 판타지'가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지만 이번엔 전작 '라푼젤(2011년 개봉)'을 능가하는 능동적 공주 안나를 내세웠다. 라푼젤의 모험은 세상 물정을 몰라 가능했지만, 디즈니의 13번째 공주 안나는 담이 커 모험을 강행했다. 디즈니는 유약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안나에게 스스로 극을 전개시키고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비로소 '신데렐라 스토리'로 일컫는 고전적 서사에서 탈피했다.
또한 '진정한 사랑'의 답을 남녀의 연분이 아닌 자매애에서 찾으며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뻔한 결말을 벗어나 '사랑은 모든 걸 변하게 만든다(삽입곡 'Fixer upper'의 가사)'는 새로운 교훈을 남겼다.
이와 같이 디즈니는 '겨울왕국'을 통해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여성상을 표현 하면서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영화'라는 기본에 충실했다. 순수한 주인공들의 등장과 빠르고 간단한 전개로 유아들의 눈높이를 맞췄고, 동시에 곱씹을 수록 장면의 의미가 확장되는 연출로 '디즈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30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여기에 완벽한 3D 렌더링과 효과는 덤이다.
한편 국내 개봉 직전 미국에서 제71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겨울왕국'은 지난 1일에도 국제애니메이션협회 주최로 열린 제41회 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음악상, 최우수 미술상, 최우수 목소리 연기상을 휩쓸며 '글로벌 대세'임을 입증했다. 내달 2일 있을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함께 주제가상을 노리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에서 2개 부문 이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것은 1994년 '라이온 킹'이 마지막이다.
한경닷컴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