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나뚜라, 밀림이 선사한 친환경 원료·공정무역…'건강한 자연미' 세계인 열광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Best Practice - 브라질 화장품기업 나뚜라

상파울루 작은 차고에서 시작
칠레 등 이웃국가부터 진출…방문판매…20여국에 입성

위기는 기회다
내실 중시·R&D투자 집중…경제위기에도 승승장구

아마존 생태계 보호 '첨병'
화학품 배제·원주민과 원료 협력…'에코스'브랜드 친환경 '기폭제'



[ 김보라 기자 ]
‘브라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삼바, 축구, 아마존 외에 이제 화장품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포브스는 지난해 10대 글로벌 혁신기업에 브라질 대표 화장품 회사 ‘나뚜라(Natura)’를 포함시켰다. 브라질은 현재 세계 3위의 화장품 시장(3080억달러)이다.

45년 전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의 작은 차고를 개조해 만든 화장품 가게 나뚜라가 지금은 20여개국 주요 도시에 진출한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가 됐다. 연매출 32억달러, 판매원만 120만명에 달한다. ‘나뚜라’는 ‘자연’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로 아마존 삼림에서 추출한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뚜라는 환경 보호를 위한 생산시설에 끊임없이 투자해 브라질 최초로 글로벌 친환경 인증을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포브스는 “나뚜라는 브라질 천혜의 자연에서 원료를 공급받으며 공정무역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경영철학을 수십 년간 지켜왔다”며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매우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1969년대 차고에서 시작

나뚜라는 1969년 상파울루의 작은 차고에서 탄생했다. 당시 28세의 루이즈 세아브라가 7500유로를 투자해 길거리 화장품 가게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당시 브라질 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80% 이상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제품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브라질 기후에 맞지 않았다. 호물루 잠베르란 나뚜라 혁신부문 이사는 “화장품은 피부와 접촉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그 지역 기후를 포함한 뿌리깊은 문화를 이해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나뚜라는 고집 있는 기업이다. 20년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을 미국, 서유럽, 일본 등 3개국이 나눠 갖고 있을 때 자신만의 유통 방식을 택했다. 여러 실험 끝에 나뚜라가 택한 것은 ‘방문 판매’였다. 일반 매장을 여는 것은 단기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직접 찾아가는 방식의 마케팅은 입소문을 통한 ‘단골 확보’가 가능하다. 해당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습성을 잘 파고들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과도 일치하는 방법이었다.

초반에는 수익이 나지 않았다. 1980년대 초인플레이션 등 브라질 경제가 악화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하나둘 브라질을 떠났다. 나뚜라는 매장 유지비도 들지 않았고 내수를 공략했기에 환율 변화의 위험도 피해갔다. 1979년부터 10년간 나뚜라의 매출은 43% 성장했다. 나뚜라 관계자는 “브라질 사람들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져도 자신을 꾸미고 관리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브라질이 위기라고 모두가 말할 때 우리는 반대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문판매로 승승장구…남미시장 평정

1990년대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미국 프록터앤드갬블(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거대 유통망 등을 활용해 신흥시장 점령에 나섰다.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이 유망한 나라가 우선 순위였다. 나뚜라는 조금 다른 전략을 고집했다. 창업자의 뜻대로 단지 시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확장을 꾀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친한 이웃나라부터 공략한다”는 뜻을 세웠다. 칠레(1982년)를 시작으로 볼리비아(1988년), 페루(1992년), 아르헨티나(1994), 멕시코(2006년), 콜롬비아(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진출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는 ‘장기적 비전’을 내세웠다. 아르헨티나 시장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매출이 연간 30%씩 성장하는 노다지였다. 2001년 말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는 40% 폭락했다. 나뚜라는 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대신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1억1000만달러를 들여 최신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 알레한드로 칼루치 CEO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장기적인 비전까지 빼앗아간 것은 아니었다. 나뚜라와 현지 직원, 아르헨티나 소비자가 모두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바로 다음해부터 나타났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아르헨티나 내 매출은 6배가 뛰었다. 직원은 7000명에서 2만명으로 급등했다.

아르헨티나에서의 수업은 다른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비슷한 방식으로 칠레에서의 매출은 2001년부터 3년간 30%, 페루에서는 85% 이상 성장했다.

아마존 삼림 보호…프랑스 진출도 성공

아마존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면서 유엔 환경기구로부터 명예기업으로 선정됐고, 세계친환경무역연합의 창립멤버가 됐다. 나뚜라는 아마존에서 선별적으로 원료를 공급받는다.

예를 들어 큰 나무에 해가 되지 않도록 일정 크기 이하의 열대 과일 씨앗에서 원료를 추출한다. 화학 약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제품 생산 후 나오는 쓰레기는 100% 자연으로 되돌려 보낸다. 원료 생산 자회사를 따로 만들지 않고 아마존 원주민들과 수십 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아마존 원주민의 90%가 나뚜라의 원료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나뚜라를 한번 더 도약하게 한 것은 2000년 출시한 에코스(Ekos) 브랜드다.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에 남미 대륙은 열광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 모델을 내세울 때 나뚜라는 평범한 30대 일반인 모델을 기용했다. 생활밀착형 친환경 제품에 화려한 모델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에코스는 글로벌 친환경 화장품 시장을 팽창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2004년 연 1억7700만개씩 팔려나가던 나뚜라의 화장품은 2007년 4억2000여개가 팔렸다. 2004년 까다로운 소비자로 가득한 프랑스 파리에 입성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시장이 성장하면서 프랑스 로레알은 2006년 영국 브랜드 바디샵을 인수했고, 영국 콜게이트는 2009년 톰스오브마린을 사들였다. 일본 폴라오르비스는 2011년 호주의 쥴리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나뚜라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썼다.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 R&D 시설 투자에 집중했다. ‘나뚜라 경영시스템’을 만들어 남미 대륙의 젊은 경영인들에게 해외 경영학석사(MBA) 학위 취득의 기회를 줬다.

나뚜라는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남미 대륙에서 찾고 있다. 2010년 이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화장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동안에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칠레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내수시장도 연 13% 이상 성장 중이다. 칼루치 CEO는 “요즘 화장품 회사들이 긴 생머리에 젊고 어려 보이는 하얀 피부 모델을 내세워 개성 없는 세계화 전략을 구사하는 동안 나뚜라는 남미 대륙이 갖고 있는 건강한 자연미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