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지난해 1~3분기 분석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 38%로 급증
[ 이태명 기자 ] 국내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매출 증가율이 1%대로 추락했던 2009년보다 더 심각한 부진을 겪은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2009년 전체 상장사의 27.6%에서 작년 38%로 급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코스닥 코스피 상장기업 1536개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1~3분기)까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상장기업 매출증가율(전년 대비)이 -0.1%로 조사됐다고 13일 발표했다. 상장사 매출증가율은 2008년 22.63%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1.33%로 낮아졌다가 2010년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던 중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연간 매출 1조원 이상 148개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증가율은 -0.48%로 평균치보다 더 낮았다. 한국 간판 기업들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빼면 상장사 매출 감소세는 더 심각한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69조4160억원, 65조36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와 5.8% 증가했다. 이들 두 기업의 매출 증가분을 빼면 나머지 상장사 매출은 전년 대비 1% 가까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증가율 이외의 다른 성장·수익지표에도 일제히 경고등이 커졌다. 상장사들의 총자산증가율은 2009년 7.81%에서 작년 3.04%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유형자산증가율도 8.04%에서 2.42%로 추락했다.
또 수익성 지표인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9년 6.18%에서 작년 5.72%로, 세전순이익률은 6.31%에서 4.84%로 낮아졌다. 기업의 채무상환 여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009년 3.46배에서 작년 4.19배로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09년 27.6%에서 작년 37.6%로 오히려 높아졌다. 상장사 100곳 중 38곳가량은 작년에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낼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작년 경제성장률이 전년에 비해 다소 높아졌지만 기업들 사정은 오히려 악화됐다”며 “올해도 내수부진과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내외 리스크가 많아 기업 실적개선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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