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캡스 인수전 과열 속,매각가 거품 논란
영업권 가치에 대한 해석이 관건, MBK는 1조4000억 제시했다 탈락
이 기사는 02월04일(08:5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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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T캡스의 인수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순자산 2000억원짜리 회사의 매각 가치가 2조원에 육박할 지경이다. KKR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의 총력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일각에선 ‘ADT캡스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이 나올 정도다. 비싼 값에 인수했다가 4~5년 뒤 퇴로를 못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업권 가치 해석이 관건
직전 회계연도(2012년10월~2013년9월) 재무제표에 따르면 ADT캡스의 자산은 부채 1326억원, 자본 1994억원을 합쳐 총 3320억원이다. 연간 4789억원의 매출에 7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매년 타이코그룹(지분율 100%)에 회계, 인사, 법률 등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지급 수수료를 200억~300억원 가량 지급해 온 데다 배당금으로도 지난 회계연도에 271억원을 지불했다. 이를 감안해 조정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은 1700억원 가량이라는 게 입찰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M&A 배수를 11배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1조8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수금융에 참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정 EBITDA에 대해 각 후보들이 얼마나 동의할 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매각측이 요구하는 가격의 최저점이 1조8000억원 가량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인수 대금이 1조80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인수자는 절반인 9000억원을 은행 선순위 대출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후보들이 펀드에서 ‘에쿼티(equity)’에 쏴야 할 금액은 9000억원이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자기자본 2000억원짜리 회사를 1조6000억원의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MBK파트너스 1조4000억 써냈다 '탈락'
1조6000억원의 가치를 무엇으로 볼 것이냐가 바로 ADT캡스 인수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1조6000억원은 ADT캡스의 영업권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전체 인수 대금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값을 후하게 치는 인수자들은 향후 보안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일테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논리가 가능하다. 예컨대 ADT캡스의 영업 기반이 주로 중소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이 경기에 민감한 데다 아파트 거주민이 늘면서 보안 수요가 줄고 있다는 논리다.
실제 EBITDA가 얼마인 지에 대한 논란도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측은 1700억원 가량을 제시하고 있지만 보안산업의 특성상 기계 설치 등 고정 투자 비용이 800억원 안팎(신규 가입자 연간 8만명×설치비 등 100만원)에 달한다. 실제 인수자가 손에 쥐는 돈은 900억원이 채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9000억원을 은행 대출로 조달할 경우 6% 이자로 가정하면 이자만 540억원에 달한다.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대출 은행 좋은 일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선순위 대출자인 은행들 입장에선 최소한 매년 이자를 받을만큼의 돈은 ADT캡스가 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참여자는 “실제 EBITDA가 얼마인 지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자료 요청을 해도 타이코그룹이 성실하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라고 입을 모은다. MBK가 예비입찰 때 써 낸 가격은 1조4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로선 2007년에 씨앤앰을 '꼭지'에서 인수한 경험을 갖고 있다. 쉽사리 베팅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KKR, 칼라일,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베인캐피탈 컨소시엄,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 등 인수 후보들은 설 명절까지 반납해가며 ADT캡스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 이달17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어 이번주에는 내부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금융을 담당할 은행들도 비슷한 시기에 대출 심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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