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를 키우는 사람들 (2)
카카오 김범수가 만든 VC, 실리콘밸리식 투자 '눈길'
"창업은 불편해소의 과정"
[ 김보영 기자 ] “예전보다 모바일 시장이 어려워진 것은 맞습니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수요도 줄었고, 경쟁도 어마어마해요. 하지만 벤처업계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확신하고 있습니다. 놀랄 만한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지난 1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케이큐브벤처스(케이큐브) 사무실에서 만난 임지훈 케이큐브 대표(사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의 과정인 창업은 생활의 불편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가 끊임없이 혁신적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투자한 곳 대부분 설립 1년 미만
케이큐브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만든 벤처캐피털이다. 김 의장과 알고 지내던 사이인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다가 영입됐다. 케이큐브는 2012년 6월 첫 투자를 한 뒤 한 달에 한 회사꼴로 투자해 왔다.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20여곳의 회사 중 세 개 회사를 제외하면 설립한 지 1년도 안 된 초기 벤처다.
임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마음속으로만 믿고 있었던 ‘가설’을 검증한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어떤 가설일까. “처음에는 갓 만들어졌거나, 혹은 법인 설립도 하지 않은 초창기 벤처에 투자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우려가 컸어요. 실리콘밸리도 아닌데, 설립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걱정이었죠.”
하지만 모바일 게임 ‘헬로히어로’로 중국에서 유료 앱 1위를 기록한 핀콘, 영화 추천 서비스로 네이버 영화보다 많은 별점을 획득한 프로그램스 등 초창기 투자 기업 가운데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는 “대여섯 명이 팀만 이뤄도 유의미한 투자가 가능하고,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검증하고 싶었던 또 다른 가설은 ‘서로 돕는 벤처’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투자받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끼리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줘도 서로 과시하기 바빴는데, 어느 순간 ‘우리 이대로라면 망할 것 같다, 도와달라’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하더라”며 “‘보여주기식’ 모임이 아니라 서로 사람을 구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모임이 국내 벤처업계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우수인재 창업으로 혁신 이룰 것
그는 인터뷰를 하며 ‘믿는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모바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앱이 이용자에게 도달하는 비율이 현저히 줄고, 기술기업 창업은 여전히 어려운데도 창업의 밝은 미래와 혁신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뢰는 ‘사람’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혁신이 끝났다는 지적은 언제나 있었다”며 “하지만 우수 인재들이 창업을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들이 만드는 미래는 상상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앱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듯,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이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케이큐브가 운영하는 펀드 규모는 1호 펀드 115억원과 중기청과 함께 진행하는 카카오청년창업펀드 300억원을 합쳐 415억원이다. 지금까지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임 대표는 “양쪽 펀드 규모에 비례하는 비율로 투자하고 있다”며 “올해 몇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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