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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서울대 게임학과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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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상황1. 시간은 저녁 7시.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 술집. 그냥 그런 맛의 여러 가지 값싼 안주와 6:6 미팅까지 가능한 넓은 실내, 술집이 떠나가라 FM(신병이 관등성명을 하듯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 학교, 과, 학부별로 조금씩 다름)을 해도 눈치 보이지 않을 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
여자1: 안녕하세요! 오늘 미팅하시기로 한 분 맞나요?
남자1: 아, 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게임학과 14학번 FPS 전공 김사격입니다.</p> <p>상황2. 한 게임회사의 점심시간이 끝난 후 여직원 화장실 안.
여자1: 본부장님이 새로 오셨다는데, 봤어?
여자2: 아니, 왜? 잘생겼어?
여자1: 모르겠어. 서울대학교 게임학과 나와서 N사에서 계시다가 우리 회사로 오셨다던데? 왠지 잘생겼을 것 같아.
(닫혀있던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린다)
여자3: 서울대학교 게임학과 나와서 N사에 있었던 맞지만, 잘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여자 1, 2: 네?
여자3: 제가 새로 온 본부장입니다. (BGM- 김조한의 'You are my girl')</p> <p>
서울대학교에 게임학과가 신설된 후 일어날 법한(?) 일들을 상상해본 모습이다. 정확한 명칭은 게임학과가 아닌 '소프트웨어 부전공'이다. 지난 2월 4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예산 7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새롭게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산하에 소프트웨어 부전공을 신설한다고 전했다. 9월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소프트웨어 부전공에서는 게임 프로그래밍, IT 기술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p> <p>사실 게임 관련 학과는 세종대학교 글로벌지식교육원 디지털콘텐츠학과, 중앙대학교 산업교육원 게임공학부,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등도 있지만, 이는 학점은행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에 신설되는 소프트웨어 부전공의 경우, 신입생을 받지는 않고 재학생 중 복수전공 신청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3학기 이상 수강한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다.</p> <p>업계에서는 이 소식을 접한 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고한 상아탑의 상징이었던 서울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울대의 이런 움직임은 게임업계에 혹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p> <p>대학교 새내기 시절 첫 미팅이 서울대로 잡히자 굳이 빙판길에 구두도 신고, 짧은 치마를 입고, 화장을 12번 고치며 설레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현실은 꼭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다니던 그들은 술은 소주를 마시고, 안주로는 맥주를 마시는 독특한 취향의 남성분들이었다. 비록 6:6 미팅에서 아무도 이어진 이는 없었지만, '서울대는 이렇게 노는 구나'라며 감탄을 했다.</p> <p>서울대는 예로부터 우는 엄마도 뚝 그치게 한다는 대단한 곳이다. 그만의 네임 밸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에게 게임의 이미지는 꼭 나쁘지만은 않지만, 아직까지 부모님 세대에게 게임은 썩 달가운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게임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해 선전한다면, 인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인식의 차이는 문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웹툰 김규삼 작가의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 377회 <효자효녀> 중
</p> <p>학부모와 자녀 모두 윈윈하는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자 문제는 '꿈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꿈이 없는 것은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연히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야지'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서 게임을 공부하고, 멋진 게임을 만드는 기획자가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다.</p> <p>학부모 역시 게임을 그저 '아이들의 공부 시간을 잡아먹는 4대 중독물질'이 아니라 내 아이의 꿈으로 인식할 수 있다. 어쩌면 나중에는 '김사격! 서울대 간다는 놈이 빨리 게임 안해? 오늘 공부할 논술 문제가 '김영하의 소설 <흡혈귀> 중 남편이 테트리스 게임을 즐겨하는 이유를 리얼리즘에 대한 작가의 입장과 관련해 설명하시오'였던 거 알지? 당장 테트리스부터 2시간 정도 하고 같이 이야기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p> <p>여기에 더불어 게임의 어떤 분야를 학문적인 가치로 인정하기 시작했단 상징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서울대에서는 이미 '게임의 이해'나 '시리어스 게임' 등의 개론 강의가 있었다.</p> <p>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이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불사조 기사단'에서 헤르미온느는 이론으로 마법을 가르치려는 엄브릿지 교수에 대항해 DA라는 모임을 조직해 마법을 연습하기도 한다. 모르긴 몰라도 게임 역시 소설 속 마법만큼(?) 직접 해보고 가치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p> <p>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한국 최고의 '지성의 전당' 서울대에서 게임학과 부전공이 생겼다고 해서 게임에 대한 케케묵은 오해와 편견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대가 한다면...'이라는 한국 사회의 프리미엄은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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