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또 특검론을 빼들었다. 소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자 또 특검론을 빼든 것이다. 석 달 전 정기국회 와중에 거리로 내달리며 꺼냈던 특검론이고, 지난해 8월에도 꺼냈던 특검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의 판결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어서 이전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송두리째 파괴 부정하는 것이다. 일사부재리의 법리까지도 내팽개쳤다.
민주당은 ‘예견된 부실 수사’ ‘유보된 사법 정의’라며 특검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지만 알량한 말장난이다. 기소 당시만 해도 소신 수사라고 치켜세웠다가 판결이 나오자마자 180도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엔 “채동욱이 특검보다 더 잘할 것”이라며 내부 일각에서 제기된 특검론을 없던 발언처럼 돌렸던 사실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민주당 강경파들은 원세훈 재판에서도 무죄판결이 나오면 정권퇴진운동까지 벌이겠다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원세훈 재판이 무죄라면 퇴진해야 할 것은 민주당이다. 이미 6·4 지방선거까지 판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정치에 미쳤다”는 게 특검론을 듣는 보통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물론 법원의 판결이 신성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법부 판결을 놓고 청와대에 입장을 밝히라고 떼를 쓰는 식의 대선불복은 해도 너무한 생떼쓰기다. 그런 식이라면 한명숙 수뢰의혹 재판 무죄 때는 왜 환호했나.
사법부에 대한 협박 공갈은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 판결이 마음에 안든다고 유리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사를 새로 하고 재판도 다시 하자는 민주당은 대체 무엇을 하자는 정당인가. 오죽하면 같은 민주당의 조경태 의원조차 “민주당 강경파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자조의 변을 내놓았겠는가. 사법부조차 정치에 무릎을 꿇리려는 시도라면 위험하다. 민주당이 아니라 나라 장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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