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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경보국 취소 수수료 0% vs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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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마다 기준 달라…고객 혼란 부추겨


[ 김명상 기자 ] 설 연휴를 맞아 방콕·푸켓 여행상품을 예약한 이재욱(29·회사원)는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여행을 준비해야 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출발을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외교부가 방콕 지역의 여행경보를 1단계(여행유의)에서 2단계(여행자제)로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방콕에서 1박하는 일정이어서 예약을 취소하려 했으나 여행사는 약관에 따라 상품가격의 30%를 취소수수료로 부과했다. 2명의 환불수수료만 56만원에 달해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여행을 떠나야 했다.

이처럼 여행상품을 예약했다가 여행경보에 따라 취소할 경우 부과하는 취소수수료가 여행사와 여행객 간의 분쟁을 낳고 있다. 국민의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해 외교부가 시행 중인 여행경보는 △1단계(유의) △2단계(자제) △3단계(제한) △4단계(금지) 등 네 가지다. 4단계인 여행금지의 경우 여권사용이 제한되며 정부의 허가 없이 해당 국가나 지역에 입국하면 여권법에 의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지난달 말 현재 여행경보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는 90여개국, 140여개 지역에 이른다.

4단계인 여행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등 5개국이며, 3단계인 여행제한 국가는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일부 등 37개국에 달한다. 여행이 불가능한 4단계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있어 법적인 문제가 없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자제국으로 지정된 곳이라 해도 실제 관광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행경보의 수준에 관계 없이 여행객마다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다른 것이 걸림돌이다. 이씨는 “방콕 현지 상황을 TV로 보고 걱정하던 차에 마침 여행경보도 강화돼 여행사에 취소를 요청했으나 2단계 지역에 대해서는 취소수수료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아내가 임신한 데다 현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2단계라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행경보에 대한 여행사의 대응 방안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1~2단계 여행지의 여행상품을 취소할 경우 국외여행업 표준약관에 따라 최대 50%까지 위약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여행사에 따라 여행경보 2단계라 해도 2주 전에 취소하면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3단계의 경우 100% 환불하거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등 각각 다른 규정을 적용한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경보 1~2단계의 경우 위험 여부가 애매해 취소수수료 면제 여부를 놓고 고객과 다툼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상황에 따라 항공사나 호텔과도 협의를 해야 하는 만큼 취소수수료 면제에 관한 통일된 기준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다른 여행사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임의로 처리할 경우 입소문이 나서 취소 문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여행사와 소비자 간의 여행계약에는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여행경보 3단계의 경우 여행을 가지 않도록 홍보하거나 여행사들에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42개국에 이르는 여행금지 및 제한 국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헌법이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3단계까지는 여행자나 체류자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이라 정부가 나서서 여행사에취소수수료를 면제하라고 지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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