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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지난달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장에서 처음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북으로는 경기 화성, 남으로는 경남 밀양까지 퍼졌다고 한다. 검역당국에 비상이 걸렸고 이번 사태로 28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고 하니 양계업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전북 김제시에 사는 축산 농민인 B씨는 최근 기르던 토종닭 출하가 계속 미뤄지자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AI 공포로 닭과 오리고기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축산 농가의 어려움은 점점 가중되는 실정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조상들이 닭과 관련해 산천의 기운을 되살린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종로에 있는 ‘창의문’은 도성 북서방의 낮은 고개 위에 설치된 문으로 일명 ‘자하문’이라 불린다. 양주 방면으로 통하는 교통로인데, 이 문을 열어두면 궁궐과 왕조에 불리하다고 해 대문을 걸어 잠근 채 백성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성문 밖의 산세가 지네를 닮아 지네가 궁궐로 살기를 뿜어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백성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물자를 편리하게 운송하기 위해 지네의 독기를 퇴치하는 비보물로 닭상을 대문 위쪽에 조각해 놓은 뒤 1506년 백성들의 통행을 허락했다. 이유는 닭은 지네와 서로 앙숙이라 닭상이 지네의 독기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화는 충북 충주의 진산인 계명산(鷄鳴山)이다. 예전에는 심향산이라 불렸는데 산에 지네가 많이 살아 백성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어느날 한 스님의 말을 듣고 산 이름을 계족산(鷄足山)이라 고쳐 불렀더니 신기하게도 지네가 사라졌다. 닭이 발로 땅을 파헤쳐 지네를 잡아먹는다는 풍수적 효험을 본 덕분이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계족산이라 부른 뒤 땅의 기운이 흐트러지고 쇠약해졌는지 충주에서 큰 인물이나 부자가 배출되지 않았다. 참다못한 지역 유지들이 1958년 뜻을 모아 다시 계명산(鷄鳴山)으로 되돌렸다. 이제는 지네의 나쁜 영향이 사라졌기 때문에 원이름으로 바꿔도 무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지네는 인간에게 공포와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상징된다. 그리고 이를 퇴치하는 상극의 동물로 닭을 으뜸으로 꼽는다. 닭은 지네를 보면 부리로 콕콕 찍어 잘도 먹는다.
지네를 꾸준히 먹은 닭은 체질이 바뀌고 털에 광택이 나며 성질은 사나워지고 질병에 강해진다. AI와 같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기력이 허해 면역력이 약해진 닭이 감염되니 예방책은 닭을 건강히 키우면 될 듯하다. 닭의 식욕을 북돋고 활력을 높이기 위한 풍수적 비방책으로 지네를 닮은 조각상을 닭장 안 곳곳에 놓아두면 어떻까.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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