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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우 기자 ] 세계 명품시장을 주름잡는 공룡들이 젊은 신예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루이비통’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과 ‘구찌’를 보유한 케어링그룹이 작년에만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다섯 개를 앞다퉈 인수했다.
케어링은 지난해 1월 영국 런던의 디자이너 브랜드 ‘크리스토퍼 케인’ 지분 51%를 사들였고, 9월에는 미국의 디자이너 여성복 ‘조셉 알투자라’ 지분 일부(정확한 비율은 비공개)를 인수했다. LVMH는 작년 2월 프랑스 파리의 ‘막심 시모엔스’ 지분 30% 인수를 시작으로 9월 런던의 여성 구두 브랜드 ‘니콜라스 커크우드’ 지분 51%와 유니섹스 패션 브랜드 ‘JW앤더슨’의 지분 일부를 줄줄이 사들였다.
명품그룹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진 디자이너에게 투자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만으론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기성 디자이너에 비해 훨씬 강한 개성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들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케어링은 신인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더 매퀸’과 ‘스텔라 매카트니’를 인수해 연매출 1억유로대의 유명 브랜드로 키워낸 경험이 있어 이런 전략에 더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케어링의 투자를 받은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은 런던 패션계에서 “알렉산더 매퀸을 잇는 천재 디자이너”라는 극찬을 받는 인물이다.
케어링과 LVMH가 인수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부분 시장에 선보인 지 5~7년밖에 안 된 새 얼굴이다. 현재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성장 전망에 ‘베팅’하는 것이다. 대형 명품그룹 입장에선 인수하는 데 많은 돈이 들지 않아 위험 부담이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핵심 인력이 이탈하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인재 풀을 확보해두려는 측면도 있다. LVMH는 참신한 인재를 자체 발굴하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인 ‘LVMH 영패션 디자이너 프라이즈’도 개최하기 시작했다. 올해가 1회째로 현재 경연이 진행 중이다.
이들 신진 브랜드는 명품그룹에 인수된 이후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덩치(매출)를 키우는 과정을 거쳐 ‘차세대 명품’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받게 된다. 니콜라스 커크우드의 경우 여성 구두 전문 브랜드가 없던 LVMH그룹의 첫 여성 구두 브랜드가 됐다. 잡화 분야에서 핸드백에 이어 구두가 차세대 주력 품목으로 떠오르는 점을 감안한 투자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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