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한계돌파 '마하경영' 무장
임원 2000여명 1박2일 합숙…글로벌 1등 '삼성 DNA' 이식
[ 윤정현 기자 ]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비행기의 모든 소재가 다 바뀌어야 한다.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화학까지 첨단기술이 총동원돼야 한다. 설계도는 물론이고 엔진과 부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6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 모인 200여 삼성그룹 임원들은 이건희 회장이 7년 전 강조한 ‘마하경영’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의 마하경영 강연에 이어 분임조별 토론이 벌어졌다. 이틀 동안 진행된 교육에서 강연과 토론에 할애된 시간만 20시간이 넘었다.
삼성이 매년 2월 진행하는 임원진 교육 현장이다. 삼성은 그룹 내 2000여명의 임원을 10개 조로 나눠 2월 한 달 동안 1박2일간 합숙 교육한다.
올해는 한계돌파를 위한 마하경영에 임원 교육의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연말 열린 사장단 세미나와 지난달 신임 임원 교육에 이어 2월 기존 임원진 교육에서도 공통된 주제는 마하경영이다. 하나의 방향을 정하면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삼성의 스파르타식 교육의 한 단면이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한 임원은 “그룹 차원에서 설정한 방향과 가치를 공유하며 정신을 무장하는 자리”라며 “현업에서 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힘은 결국 이런 교육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하경영을 설명한 김 교수는 지난달 신임 임원 교육에서도 강연자로 나섰다. ‘마하(Mach)’는 음속 제트기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다. 그는 “음속을 돌파하려면 부분 개보수가 아니라 자기부정부터 시작해 행동부터 생각까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06년 당시 전자 계열사 사장들에게 “삼성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장하려면 마하1이나 2가 아니라 마하3은 돼야 한다”며 “현재 삼성은 음속 이하의 수준인 만큼 진정한 글로벌 선진 기업이 되려면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보잉747은 이륙할 때 몇분 만에 1만m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멈추면 그대로 추락하거나 공중폭발을 하고 만다”는 ‘비행기 이륙’에서 ‘제트기 음속’으로 진화한 개념이다.
올해 다시 등장한 마하경영은 속도에서 가치 향상으로의 지속적인 혁신에 중점을 뒀다. 1등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추격자에서 이젠 세계 1등 기업에 맞는 체질로의 변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하경영과 함께 2등을 확실히 따돌릴 정도의 차이를 벌릴 때까지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초격차’와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계 돌파’도 화두로 제시됐다.
올해 승진한 300여 신임 임원들은 지난달 5박6일간 마하경영 교육과 함께 임원으로서의 기본소양과 리더십 교육을 받았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직원들 교육만큼 임원 교육 비중이 크다.
신임임원 교육으로 입문한 이후엔 매년 1박2일간의 임원 교육에 참석해야 하고 부사장급이 되면 고위경영자 양성교육 후보군에 들어간다. 이는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을 위한 핵심인재 교육으로 연 2회로 4주에 걸쳐 진행된다.
이후 사장이 되면 매주 수요일 사장단회의에서 강연을 듣고 매년 말 다음해의 전략을 세우고 점검하는 1박2일간의 사장단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인재 양성뿐 아니라 그룹의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도 교육”이라며 “삼성만의 DNA를 심기 위한 인재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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