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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기술인력 中企 지원 더 줄어들어
대기업硏은 인력난…산업현장만 고통
[ 이태명 / 김태훈 기자 ]
#1. 대기업 A사 부설 연구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문연구요원을 단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다. A사는 2012년까지는 매년 5명 안팎을 배정받았다. 그런데 정부가 작년부터 중소기업 인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 부설 연구소에 전문연구요원을 배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기술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경기 성남시의 I사는 실험·교육용 실습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작년 초 정부로부터 전문연구요원 1명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지원자가 없어 1년 동안 채용을 못하고 있다. I사 관계자는 “대기업 배정을 제한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으로 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공계 기술인력 대상의 병역특례인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겉돌고 있다. 이 제도는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기업부설 연구소, 대학 연구소, 국책·방산 연구소 등에서 3년간 근무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받는 것. 일선 산업현장에선 고급 기술인력 채용 루트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정부가 석·박사 인력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다는 판단에 따라 작년 초부터 대기업에 전문연구요원을 배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꾼 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 행(行)을 막았는데도 중소기업으로 가겠다는 지원자는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유명무실’ 전문연구요원
6일 병무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연구요원 제도 운용 결과 767개 기업부설 연구소에서 1241명의 인원 배정을 신청했다. 2012년 1077개 연구소에서 1386명을 배정해 달라고 신청한 것보다 10.4% 감소했다.
편입률(배정인원 대비 실제 채용인원 비중)도 급락했다. 2012년 대·중견기업 부설 연구소 편입률은 93.2%였으나 대기업 배정을 하지 않은 작년엔 77.8%로 하락했다. 중소기업 편입률은 2012년 40.2%에서 작년 39.3%로 낮아졌다. 10곳 중 6곳 이상이 예정했던 인력 채용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배정 결과는 더 심각하다. 전체 기업부설 연구소 배정 인원은 1196명으로 작년(1241명)과 엇비슷하지만 중소기업 배정 인원은 1070명에서 896명으로 확 줄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줄었지만 중견기업 배정 인원은 작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수급을 활성화한다는 당초 취지는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산업계에선 대기업 배정 제한으로 상당수 석·박사 인력들이 대학 및 국책 연구소로 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땜질처방 나선 정부
기업들은 ‘탁상행정’이 빚은 부작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관계자는 “전문연구요원 지원자들은 박사과정 진학 등 연구를 계속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중소기업에 가면 임금도 적게 받고 연구와 거리가 먼 업무에 내몰리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ㆍ박사 인력이 중소기업 연구소로 가지 않는 근본 원인은 보지 않고 정부가 무작정 대기업 배정만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관계자도 “대기업 배정 제한은 2011년 4월2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85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아이디어”라며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은 대기업 배정을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반대했지만, 중기청이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작년과 올해 중소기업에 가려는 지원자가 줄어들자 뒤늦게 ‘보완책’을 내놨다. 이전에는 기업 연구소별로 채용가능 인원을 배정했는데, 올해부터는 인원 제한 없이 필요한 만큼의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총괄배정제’로 바꿨다. 재계 관계자는 “총괄배정제로 바꾼다고 해도 이공계 인력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자에 대한 임금보전 등 새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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