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운 기자 ] 금융감독원은 6일 KT ENS 직원의 2800억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3개 은행과 10개 저축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사기관을 통해 해당직원과 공모업체 등에 대한 수사가 착수된 상태며, 사기 혐의자들은 소환돼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2~3주 전에 여신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전 저축은행 대출 원장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대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기 대출이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출사기 혐의 사건은 KT ENS 직원과 중소업체 N사 관계자가 공모한 사건으로 파악된다. N사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휴대폰을 구입해 KT ENS에 납품하고 발생할 매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했고, 이 SPC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매출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포착된 여신에 대해 해당 저축은행의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서류 중 일부가 위조됐고, 자금 추적 결과 대출금을 돌려막기한 행태가 확인됐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KT ENS 직원으로부터 채권양도승낙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KT ENS는 N사에 대한 매출채권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사기 대출 자금 일부는 대출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자로 사용됐으며 다른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자금 추적을 통해 파악할 방침이다.
확인된 대출사기 혐의 금액은 약 2800억원으로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3개 은행이 2000억원, 10개 저축은행이 800억원 규모다.
박 부원장보는 "개별 저축은행의 대출 잔액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특정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저축은행이 관련자를 고발해 수사가 착수된 상태이며, 수사기관이 현재 N사 관련자와 KT ENS 직원 등 사기 혐의자를 소환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번 대출에 대해 사기성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금감원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부원장보는 "법무법인 공증 등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대출건이었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공모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과 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중이며, 검사 결과 법규 위반사항이나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또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취급 경위 및 내용 등을 신속히 파악해 보고토록 조치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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