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출장을 갔다오면서 쓴 경비 중 1400만원 정도를 토해내게 됐다는 보도는 국민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지방권력의 공금유용 사례가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가움도 있지만 이런 비리가 어디 한두 건이겠는가 하는 답답한 심사가 드는 것도 당연하다. 성북구 의원들은 2011년 북유럽과 몽골, 2012년 동유럽과 몽골, 작년 터키 등 5차례에 걸쳐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 주민 206명이 이들의 출장이 적절했는지 감사를 청구했고 서울시 감사 결과 1400만원 정도가 애초 목적과 달리 추가 식대와 술을 사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나 환수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주민감사청구제도가 도입된 뒤 지방의회 의원이 해외여행에서 부적절하게 사용한 의정운영 공통경비를 환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어찌 성북구 의회뿐이겠는가. 온갖 명분을 달아 해외관광을 즐기며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행태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수없이 고발되기도 했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을 맞은 지방권력들은 온갖 핑계를 또 만들어 앞다퉈 해외출장을 간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최근 한 지자체 노동조합이 군청사 앞에 ‘조합원 여러분 설 명절 잘 보내시고 의원님들 해외연수(?)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겠는가.
기초의원들이 주민의 소중한 세금을 외유에 낭비하는 폐해를 그들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산적한 현안을 놔둔 채 외교활동을 빙자해 호화판 관광여행을 떠나곤 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좋은 모델이었을 것이다.
여야는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의원들의 해외출장 때 독립적인 윤리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계획서와 보고서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얘기하지만 곧이곧대로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이들이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주민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나마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경비는 누가 따지며 누가 그 돈을 반납시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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