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서 줄줄이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의 제도 개편을 어떻게 할지 안전행정부가 검토에 착수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4일 "개인정보보호 강화대책의 하나로 주민등록번호 제도개편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면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의 대량유출이 확인된 가운데 현 주민등록증은 1999년 일제 경신된 이후 15년이 흘렀기 때문에 다시 일제 경신할 시기가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안행부는 이에 앞서 2010년 주민등록증 위변조 방지를 위해 IC칩이 달린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의 반발로 실패한 바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대다수 거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가 2차, 3차 피해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를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과 관련해서 안행부는 2012년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사용제한 및 발행번호 도입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연구용역을 한 바 있다.
이 용역은 주민등록증 발행번호가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적 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했다.
발행번호는 개인의 특성을 유추할 수 없는 무작위 번호로 생성되며 필요시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안행부는 용역 결과를 주민등록증 발행번호 사용을 위한 세부정책 개발과 단계적 추진계획 수립, 관계법령 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등록번호 자체를 바꾸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을 나타내는 앞 여섯 자리와 성별을 나타내는 뒤 한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번호 등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 유출로 재산상 손해위험이 크거나, 정신적 피해를 본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개편하든, 앞으로 정부가 사용하는 번호를 금융거래 등 사적 영역에서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한다는 방안도 검토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를 개인금융거래 등 사적 영역에서 개인 식별 용도로 일제히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민간 영역에서는 자체적인 개인 식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행부는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자가 보유한 주민등록번호를 전부 암호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주당 이찬열 의원은 작년 12월 주민등록번호 전부 암호화를 의무화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암호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작년 개인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보유한 주민등록번호의 63.5%를 전부 암호화했지만 민간사업자는 22.7%를 전부 암호화하는데 그쳤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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