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 단말기 달아 정보교환…속도·급정지 등 실시간 파악
"도로정체·사고 크게 줄 것"
[ 임근호 기자 ]

설 연휴였던 지난 1일 대구를 지나 서울로 향하던 경부고속도로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접촉 사고를 수습 중이던 사람들이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에 치이면서다. 처음 접촉 사고를 낸 차량이 주행도로인 1~2차로에 서 있었던 게 문제였다. 빠르게 달려오던 뒤 차량들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연쇄 추돌을 일으켰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없어질 전망이다.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덕분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일산의 사무실에서 만난 강연수 한국교통연구원 창조경제융합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되면서 자동차와 도로가 똑똑해지고 있다”며 “교통사고와 도로 위의 지체·정체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 선임은 지난해 12월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2020년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 기술 주역’ 217명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사고·급정거시 뒤차에 경고
우선 눈앞에 다가온 것은 차량 간 통신이다. 그는 “하이패스처럼 차량마다 단말기를 달아 자동차끼리 교통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며 “1㎞ 앞에서 어떤 차량이 급정거하면 뒤에 따라오는 차량에 경고 메시지가 뜨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단말기는 차량의 주행 속도부터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몇 차선으로 가고 있는지까지 파악해 주변 차량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보내준다. 그는 “5㎞ 앞에서 정체가 시작되니 속도를 줄여서 가기를 바란다거나 옆에서 고속도로에 새로 진입하는 차량이 들어오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 개발은 2006~2012년 마쳤다. 올해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1~2년 동안의 시범 사업을 거친 뒤 일반에 보급이 이뤄진다. 강 연구위원은 “몇 킬로미터 앞에서 벌어진 교통 상황을 전달받기 위해선 징검다리를 건너듯 중간에 단말기가 설치된 차량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이용자들이 편리함과 유용성을 깨닫게 되면 하이패스처럼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톨게이트 사라질 것
ITS라는 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는 ITS가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버스정류장마다 볼 수 있는 도착 예정시간 정보, 서울 강변북로를 달릴 때 볼 수 있는 ‘한남대교까지 15분’이라는 표지판 등이 모두 IT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 모든 고속도로에는 1㎞마다 바닥에 센서가 깔려있다. 여기서 수집된 고속도로 교통정보는 실시간으로 경기 성남의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에 보내져 처리된다. 설 연휴 때 흔히 볼 수 있는 정체상황 정보라든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어떤 고속도로 진입로를 막고 어디를 열 것인지 전략을 짜는 것도 이런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이뤄진다.
강 연구위원은 “한국의 ITS는 1990년대 말에 처음 들어와 2000~2001년 대전, 전주, 제주 세 군데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라며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ITS 도입에 나서며 2010~2011년에 최전성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추진되는 ITS사업은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다. 차량, 도로, 보행자 등 교통시스템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가 지능화되면서다. 예를 들어 시내에서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녹색 신호가 자동으로 평소보다 길어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톨게이트가 사라질 전망이다. 강 연구위원은 “도로가 자동차와 통신을 하면 어디서 어디까지 자동차가 달렸는지 알 수 있다”며 “요금도 자동으로 징수할 수 있어 톨게이트가 불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