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 조치가 실물경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환율 급변동과 신흥시장 위기 확산을 우려했다.
국내 산업계와 주요 기업들은 3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차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조치가 통화가치 급락, 금리상승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제를 위축할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첫 양적완화 축소 후 일부 우려와 달리 금융·외환시장에만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 실물경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동요와 맞물려 다른 신흥국으로 위기가 퍼지고 그 영향이 일본 엔화 등으로 전이될 경우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동조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일부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내수 및 수출 등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주요 수출업종 기업들도 큰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금융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양적완화 축소가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어 미국의 이번 조치가 실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북미 지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며 첫 양적완화 때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기아차도 이번 조치가 미국의 자동차 수요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예고된 조치였던데다 규모 또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산업 수요가 7.6%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3.2% 증가에 그치며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라 신차 출시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통한 '제값받기' 정책 외에도 미국 현지공장의 생산성을 높여 물량부족 상황을 극복할 계획이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역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범위가 이미 예고됐던 사안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환율 급변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조여 환율이 오르면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지지만 단기적으로 석유제품 수출에서는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의 급락·급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환차손을 피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세계 경기의 위축은 결국 수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에 민감한 SK에너지는 사내 환 관리위원회를 별도 설치했고, SK경영경제연구소도 환율 변동에 따른 업종별 리스크 요인을 분석해 관련 계열사에 전달하는 등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건설업계는 미국 통화긴축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신흥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수주 지역을 다변화하는 추세인데 이번 조치로 이들 지역의 시장 심리가 얼어붙으면 수주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얼어붙어 주택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주택 매수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부동산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미국의 통화긴축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신흥국에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등 충격을 주지 않을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로 일본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고로 돌아섰는데 이로 인해 일본 경제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인 불안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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