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조선미녀 삼총사',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남자가 사랑할때', 황정민·한혜진의 멜로 호흡
'겨울왕국' '넛잡:땅콩도둑들', 어른·아이 즐기는 애니매이션
'가장 따뜻한 색:블루',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 유재혁 기자 ]
설 연휴에는 ‘수상한 그녀’ ‘피끓는 청춘’ ‘남자가 사랑할 때’(이상 22일 개봉), ‘조선미녀삼총사’(29일 개봉) 등 한국영화 4편이 나란히 관객몰이에 나선다.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4대 배급사가 자존심을 걸고 내건 영화들이다. 앞서 흥행 질주 중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북미에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애니메이션 ‘넛잡:땅콩도둑들’, 청룽이 주연한 액션물 ‘폴리스스토리 2014’(29일 개봉)도 가족 관객을 공략한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 칸영화제 수상작도 선보인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의 흥행세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채로운 메뉴의 한국영화
CJ E&M의 코미디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가 갑자기 스무살 꽃다운 처녀시절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소동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젊은 여성이 할머니 같은 패션과 말투로 좌중을 웃긴다. 이 같은 콘셉트의 코미디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젊은 여성 역 심은경의 원맨쇼가 돋보인다.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피끓는 청춘’은 1980년대 초 충남 홍성을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하이틴로맨스. 방송가의 ‘대세 배우’ 이종석이 전설적인 바람둥이 역으로, 박보영이 학교를 평정한 여자 ‘짱’으로 출연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중년층에는 30여년 전의 향수를 전달하고 젊은 연인들에게는 현재의 사랑을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투자배급사 뉴(NEW)는 황정민과 한혜진이 주연한 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를 내놨다. 빌려준 돈을 가차없이 받아내던 건달이 어느날 채무자의 딸을 사 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서툴지만, 모든 것을 던질 줄 아는 남자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사랑의 맹목적성을 주의깊게 관찰한 멜로다. 황정민과 한혜진의 연기가 뛰어나다.
쇼박스의 ‘조선미녀 삼총사’는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조선시대 버전으로 바꾼 코믹 액션물. 변장술과 무술의 귀재 역을 맡은 하지원을 중심으로 강예원·손가인이 삼총사로 출연하고, 고창석이 이들의 스승으로 나온다. 여자들의 코믹한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를 주무기로 내세웠다.
한·미 애니메이션과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의 기세도 강력하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신기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개봉 10여일 만에 300만명을 넘었고, 2월 중에는 역대 최고인 ‘쿵푸팬더2’의 기록(506만명)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동화나라 두 공주의 사랑과 우애가 애틋하게 펼쳐진다. 뮤지컬 형식을 가미해 우아함을 더해준다.
‘넛잡:땅콩도둑들’은 겨울을 나고자 도시의 땅콩가게 습격에 나선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동물들의 털 한올 한올까지 섬세하게 그린 그래픽과 팝콘이 극장 안으로로 날아올 것만 같은 3D효과가 뛰어나다. 설리가 동료들과 식량(땅콩)을 나눌 줄 아는 교훈적인 내용이 돋보인다.
‘폴리스스토리 2014’는 동명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코믹한 액션을 줄이고 진지한 액션과 부성애를 강조한 게 특징.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경찰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딸이 클럽의 인질이 되면서 구출작전이 펼쳐진다. 딸을 위해 목숨을 건 부성애가 관객들의 감정에 호소한다.
칸영화제 수상작들의 향연
지난해 칸영화제 수상작들도 만날 수 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두 여자의 동성애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 철학과 미술을 넘나들며 성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배우들의 대사도 인상적이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유려한 연출력이 세계 평단을 사로잡았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포크 뮤지션의 고달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코엔 형제의 유머와 뛰어난 영화적 기교를 엿볼 수 있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동양적인 정서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아들이 병원에서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가 친자를 되찾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아버지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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