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펜 시장 제패하겠다"
김충기 사장의 승부수
[ 안재광 기자 ] 국내 벤처기업이 애플스토어를 처음으로 뚫었다. 지난해 12월부터 PNF(사장 김충기·사진)의 전자펜 ‘이퀼(equil)’이 전 세계 애플스토어에 깔리기 시작한 것. 애플의 공식 액세서리 납품업체는 전 세계에서 단 20여곳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애플스토어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1만2000대가량 팔렸다”며 “특히 메모 습관이 몸에 밴 중국 유럽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애플스토어 뚫은 한국 벤처
PNF가 개발한 전자펜은 소소하지만 혁신적이다. 일반 펜 모양의 전자펜을 노트나 메모지에 쓰면 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의 화면에서 똑같이 볼 수 있게 구현했다. 펜 앞쪽과 뒤쪽에 각각 초음파와 적외선 장치를 달아 소리와 빛의 속도 차이를 이용해 좌표값을 계산하는 원리다. 번개가 친 뒤 천둥소리가 나면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스마트폰 등에서 편집하거나 키보드 글씨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사장은 “앞으로는 스마트 기기의 입력장치를 전자펜이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올해 전 세계적으로 5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본사 찾아간 배짱
김 사장은 2011년 제품을 들고 무작정 애플 본사로 날아갔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초기에 광고나 유통채널 확보 등의 직접 마케팅이 어렵다고 보고 애플 공략에 나선 것이다. 애플스토어에 입점하면 자연스럽게 전 세계 마케팅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사장은 “전자펜은 한국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더 통할 것 같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렵사리 성사된 미팅에서 애플의 요구는 단 한 가지. ‘무선으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2012년 무선 제품 개발에 성공한 PNF는 1년간 애플 측과 40번 이상 미팅을 가지면서 기능을 향상시켜 갔다. 디자인부터 세세한 기능까지 애플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아들였다. 김 사장은 “1주일에 한두 번씩 애플에 메일이나 샘플을 보냈다”며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전용 전자펜도 추진
PNF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에서도 쓸 수 있는 전자펜을 내달 내놓을 예정이다. 구글과 구글 전용 전자펜도 협의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공급에 이어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타겟 등과도 납품을 논의 중이다.
오는 5월부터는 기업 회의 때 많이 쓰이는 화이트보드용 ‘마커’를 애플스토어에 공급한다. 김 사장은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100% 늘어난 5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의 입력장치 전문기업이 목표”라고 밝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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