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직매형 의류(SPA) 업체인 일본 유니클로가 지난해 국내에서 6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어제 한경 보도다. 2005년 3개 점포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현재 117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해마다 30% 이상 폭발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자라, 스웨덴 H&M을 합친 3대 해외 SPA의 국내 매출은 2010년 3441억원에서 지난해 세 배인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SPA가 입점하면 죽은 상가도 다시 살아나고, 백화점에선 집객효과가 탁월해 서로 모셔가려고 혈안일 정도다.
한국 패션산업은 ‘유니클로 쇼크’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만 38개 토종 브랜드가 매출 부진으로 사라졌다. 기본적으로 백화점, 가두점 중심의 유통에 의존해 옷값에 거품이 많았고, 유행에 대한 대처도 굼떴던 탓이다. 반면 해외 SPA는 가격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고, 일명 패스트패션이라 불릴 만큼 빠르고 유행상품을 제철에 내놓는 신속성과 유연성을 갖추었다.
유니클로의 약진을 보면 국내 의류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통념은 맞다고 보기 어렵다.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다는 일본 유통시장에서 일어난 유니클로였다. 상품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괄처리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혁신시스템의 결과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의류업체들은 혁신의 부재를 시장포화로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류뿐만 아니라 골목상권 문제나 동반성장론이 모두 혁신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포식자인 메기가 있을 때 더 튼튼해지게 마련이다. 여태껏 우리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온 해외 강자들과 경쟁해서 진 적이 없다. 강력한 경쟁자와 상대할수록 더 강해졌다. 일제 코끼리밥솥이 있었기에 중소기업인 쿠쿠와 리첸의 오늘이 있고, 애플과 소니가 있었기에 삼성·LG의 스마트폰과 컬러TV가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월마트와 까르푸 덕에 이마트가 컸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상대했기에 한국영화가 제2 전성기를 누리는 것이다. 유니클로라는 메기가 휘젓고 다닐수록 토종 브랜드들은 더욱 처절하게 변신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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