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글로벌 경영서 -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 뉴욕=유창재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급격한 실물경기 침체로 번지던 2008년. 미국 기계 제조업체인 배리 웨밀러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경기가 나빠지자 고객사들은 설비투자부터 줄였고 베리 웨밀러의 매출은 30%나 감소했다. 더 이상 모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기가 어렵자 인력 구조조정이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밥 채프먼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운 시기에 자식 같은 직원들을 길거리로 내몰 수는 없다”며 “인력 감축 대신 CEO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돌아가면서 4주간의 무급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했다. 안정감을 느낀 직원들의 생산성은 놀랄 만큼 향상됐다. 직원 간의 애정과 배려도 늘었다. 무급휴가를 많이 사용할 만큼 금전적 여유가 없는 직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무급휴가를 더 쓰는 사람도 생겨났다.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은 최근 출간한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에서 “안전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류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며 “원시 부족이건 현대 기업이건 리더가 나를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 조직원들은 조직의 비전과 성공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한다.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의 저자이기도 한 사이넥은 “하지만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이같이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저자에 따르면 좋은 리더는 인간의 4가지 호르몬을 잘 활용해야 한다. ‘엔도르핀’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돕고 ‘도파민’은 목표를 세우고 집중해 성취하는 힘을 제공한다. ‘세로토닌’은 내가 아끼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옥시토신’은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이다.(→좋은 리더가 활용해야 할 호르몬)저자는 좋은 리더라면 각 호르몬이 목표에 맞게 적절한 양으로 분비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과거 골드만삭스를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성장시킨 것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위해 옳은 일만 하는 문화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숫자가 성과의 기준이 되면서 골드만삭스는 이런 문화를 잃었다. 이 같은 차이는 리더가 만드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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