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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금융권력' 사모펀드] 10대그룹 중 8곳 PEF와 손잡아…현대차·LG도 지분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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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F - 대기업의 '동거 실험'

해외사업 공동투자·운영자금 조달 등 활용
"미래 투자 모험자본" VS "견제 안받는 권력"



[ 박동휘 / 허란 기자 ] 올해 출범 10년을 맞은 기업 인수 목적 사모펀드(PEF)에 대한 시선은 뚜렷이 엇갈린다. 오너 중심 기업 지배구조를 바꿀 ‘트로이 목마’,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하는 모험 자본’이라는 평가와 함께 견제받지 않는 소수가 수조원을 주무르는 ‘위험한 금융권력’이란 비판이 공존한다. 분명한 것은 PEF 없는 한국 산업계와 자본시장은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롯데도 PEF에 캐피탈 지분 매각

지난 10년간 기업 생태계에서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커졌다. 10대 그룹 가운데 삼성과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8곳이 사모펀드와 ‘동거’하고 있거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투자를 유치할 때도 공모 방식을 택했다. 상장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나 기관들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경영 사항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PEF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오너 중심의 한국 기업 속성상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변화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롯데캐피탈과 SK B&T가 주요 지분을 PEF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선 현대로템이 2006년 모건스탠리PE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엔 이노션 지분 10%가량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LG그룹은 2007년 보고펀드 등이 LG실트론 지분 49%를 매입해 PEF와 동거를 시작했다. LG이노텍의 소수 지분을 팔아 현금을 융통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에 PEF 자금을 끌어들인 포스코그룹은 해외 자원 개발에 EQ파트너스와 동반 진출하는 등 PEF 돈을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 밖에 GS그룹은 GS건설이 스페인 수처리업체인 이니마를 인수하면서 IMM프라이빗에쿼티를 공동 투자자로 끌어들였고, 한진의 경우 한진해운이 벌크선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한화 역시 방위산업, 제약, 레저사업부를 매각하거나 PEF 같은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높아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있는 그룹들은 PEF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며 “보유 현금이 많은 그룹들도 상속 자금 마련 등 오너가(家)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PEF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했다.

○PEF 쏠림현상 심화

M&A 시장의 균형추도 PEF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이 주요 인수 주체였다면 2012, 2013년엔 ING생명(MBK파트너스 인수) 등 거래금액 기준 상위 10개 매물 가운데 절반을 PEF가 휩쓸었다. 기업이 가져간 거래에서도 PEF와 치열한 경합을 벌여야 했다.

동부 현대 두산 등 연이은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M&A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PEF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묶여 부득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해야 했던 SK그룹도 경쟁 기업에 팔아야 하는 고민을 어피너티라는 PEF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

PEF가 자본시장의 주축으로 올라선 현상에 대해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PEF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할 때 PEF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PEF는 경영진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당 지원을 하는 등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정책토론회에서 “단기간 고수익을 내야 하는 PEF에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이사회를 비롯해 외부 시민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감시를 받는 데 비해 PEF는 사모(私募)라는 이유로 의사 결정이 소수 PEF 파트너들에 의해서만 이뤄진다. 재계 관계자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동휘/허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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