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연 기자 ]
중국에서 한 해 팔린 자동차가 200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는 지난 9일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2198만대(신차 기준)를 기록해 단일 국가 연간 판매량 기준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개별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이 20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13.9% 늘어났다.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회복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작년 12월 판매량은 213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약 17.9% 늘어나며 월별 최고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2009년 미국에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자리를 빼앗은 중국은 2위 미국(1560만대)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 내에서 럭셔리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모델이 선전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으로 중국인 부호들이 많아지면서 중국 내 최고급 승용차의 판매량이 늘고 있어서다.
# 폭스바겐 1등 수입차로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이 9년 만에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중국에서 ‘1등 수입차’ 타이틀을 탈환했다. 폭스바겐의 지난해(12월 제외) 중국 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319만대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경쟁사인 GM은 316만대였다.
폭스바겐의 판매 상승을 이끈 건 명품 브랜드인 아우디 인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우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9만2000대였다. 아우디는 검은색 아우디가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상징물일 정도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부패 척결의 하나로 검은색 아우디의 관용차 사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지만 중국 내 인기는 여전하다고 WSJ는 전했다. 요켐 하이즈만 폭스바겐 중국 법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규모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영국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지난 9일 2013년 판매량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판매량이 11% 증가해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점유했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는 중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전 세계에서 3630대를 판매해 전년에 비해 1.5%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에서 롤스로이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신흥부호가 많은 데다 이들의 과시욕이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신흥 부호들은 호화 주택과 함께 최고급 시계, 최고급 자동차, 각종 외제 사치품으로 부를 과시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 부유층이 직접 차를 몰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운전기사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현지화 노력도 성과를 봤다. 롤스로이스 측은 중국에서 팔린 차량은 모두 고객의 개별 주문에 따라 만들어진 ‘맞춤형’ 제작 차량이라고 밝혔다.
# 현대·기아차 판매 3위로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 BMW는 20% 성장한 39만대를 팔았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6만2000대를 판매한 포르쉐는 중국 매출이 19.9% 늘었다. 프리미엄 세단을 내놓은 볼보의 매출 역시 46% 성장했다. WSJ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미니밴, 중소형 세단 등을 자체 개발·판매해 매출을 끌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157만대로 1년 전 같은 기간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 등 악재로 지난해 초반 고전하던 도요타, 닛산, 혼다는 중국에서 사상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년보다 9.2% 증가한 91만7500대를 판매해 외제차 판매 순위에서 6위로 밀렸다.
중국 자동차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인구 대비 자동차 수는 6%로 미국(80%), 한국(36%)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에서 성장 여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CAAM은 올해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작년보다는 소폭 둔화하겠지만 10~1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GM 등 생산량 공격적 확대
이에 따라 GM과 폭스바겐 등은 공격적으로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GM은 2015년까지 11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입, 중국에 네 곳의 공장을 추가로 지어 연간 생산 규모를 50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도 내년 닝보(30만대), 상하이(15만대) 등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또 2016년까지 140억유로(약 20조원)를 들여 4개 공장을 더 지어 총 생산능력을 500만대 안팎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도 내년 충칭에 연 15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4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지어지면 현대차그룹의 중국 생산량은 현대차 베이징 1~3공장과 기아차 장쑤성 옌청시 1~3공장(3공장은 건설 중) 등을 합해 총 21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노르웨이 국민은 모두 백만장자?…국부펀드 자산가치 급등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자산가치가 올라가면서 국민 모두가 ‘이론적으로는 백만장자(theoretical millionaire)’가 됐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지난 9일 웹사이트를 통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의 총자산 규모가 5조1100억크로네(약 880조원)로 지난해보다 2880억크로네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국민이 509만명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100만크로네(약 1억7000만원) 이상의 부를 쌓은 셈이다.
펀드 자금은 대부분 석유 산업으로부터 걷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60년대에 연안인 북해에서 대규모 원유가 발견돼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현재는 세계 7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국부펀드 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83%에 해당하며 2030년에는 220%로 늘어날 전망이다.
펀드는 노르웨이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브 옌슨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국부펀드는 대부분 해외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국내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에 설립된 국부펀드는 전 세계 주식의 1%를 보유하고 있다. 또 주요국 국채, 런던과 보스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펀드 자산이 늘었다고 국민들에게 배당 등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수익은 미래 세대와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쌓아두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국부펀드가 과도한 복지 혜택을 줄이려는 개혁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르웨이의 근로가능인구 5명 중 1명은 일하는 대신 복지 혜택으로 살고 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yyka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