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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적기업 열전②] '웰빙먹거리 PB상품' 착한소비 모델 만들다…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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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유기농두유 완판… 비결은 착한 소비+안전한 먹거리
쇼핑몰과 손잡고 자본잠식 극복…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 김봉구 기자 ] 상품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일상적 소비행위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고 있다는 뿌듯함, '착한 소비'를 이끄는 스토리의 힘이다. 사회적기업은 거기에 주목한 대안적 형태의 기업이다. 그래도 기업은 기업,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이란 이념과 '기업'의 본질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 그게 우선과제다.


(주)이로운넷은 그런 과정을 잘 극복하고 지난 2011년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승부수는 '이로운아침'이란 브랜드를 달고 나온 웰빙먹거리 상품. 착한 소비와 안전한 먹거리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원래 사회적기업 제품 유통 지원을 위해 설립한 회사는 자본잠식 단계까지 갈 만큼 고전했다. 그걸 뒤집은 계기가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이었다.

◆ 연해주 고려인 동포 돕고 먹거리도 안심 '일석이조'

이로운넷의 대표상품은 지난해 1억 원어치를 만들어 완판된 이로운아침 유기농두유. 연해주 지방 유기농 콩을 사용했다. 연해주 지역 고려인 동포의 정착을 돕는 취지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기에 유전자변형(GMO) 식재료는 전혀 쓰지 않는 웰빙브랜드가 먹혔다.

190ml 한 팩에 소비자가격 1000원짜리 유기농두유에는 이로운넷이 내세운 기업철학이 옹골차다. 이 제품은 천혜의 주산지 연해주에서 자연농법으로 수확한 콩으로 만든다. 두유 하나를 사서 마시더라도일제강점기 강제이주 당한 해외 동포를 도울 수 있다는 스토리가 담겼다.

그렇다고 해서 고객들의 착한 소비에만 기대는 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전한 먹거리란 실익이 있다.
박강태 이로운넷 공동대표(58·사진)는 "특히 콩은 GMO 논란이 많은데 GMO 콩의 (비의도성) 혼입율이 미국의 경우 9%대, 국내산 콩도 3%대"라며 "GMO 청정지역인 연해주 콩은 혼입율 0%로 농림축산식품부 GMO 검사 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국내산 콩의 원가는 수입 일반콩의 약 5배에 달한다. 반면 연해주 유기농 콩은 일반 수입콩보다는 2배 가량 비싸지만 국내산 콩과 비교하면 절반값에도 못 미친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유해성 논란이 남아있는 GMO 여부를 따지면 무조건 국내산만 선호할 일은 아니란 설명이다.

가루 상태로 들여오는 수입 콩과 달리 국내 최초로 콩을 직접 들여와 생산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의 특별관세 지원정책으로 원물 상태의 콩을 들여와 콩 성분이 100%인 '전두유'를 만들어냈다. 콩을 통째로 갈아 만들어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 이런 점들이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지난해 7월부터 생산한 1억 원어치를 모두 판매했다.


주력상품 두유 외에 제주산 무농약 한라봉&감귤주스(125ml), 한우사골곰국(350cc)도 함께 출시됐다. 감귤주스는 향·색소·보존료를 전혀 쓰지 않았으며 사골곰국은 한우 뼈와 소금만으로 우려냈다. 박 대표는 "착한 소비라 해도 제품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니즈와 만나야 한다"며 "사회적기업이 소비 영역에서 진전된 상품을 만들고, 제품으로 어필해 유통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쇼핑몰과 협력으로 '윈윈'… 착한 소비 니즈 찾았다

이로운넷의 시작은 2008년 설립된 '이로운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경숙 대표를 위시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기업 제품의 유통 지원을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이듬해인 2009년 인터넷몰을 오픈하고 이름도 지금의 이로운넷으로 바꿨다. 2011년 서울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2012년 사회적기업 공동브랜드 이로운아침을 출시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사실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사회적기업 제품 유통을 목적으로 설립했지만 초창기라 사회적기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몰을 오픈해 새 활로를 찾았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수익모델을 내지 못한 채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다.

협동조합 '해피브릿지'를 공동창업 한 실적이 있는 박 대표가 이로운넷에 합류한 게 그때쯤이었다. 적자가 계속돼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박 대표에게 SOS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2011년 말 박 대표가 회사에 합류한 후 이로운넷은 온라인 쇼핑몰과 손잡았다. 이 결정이 일거양득이 됐다. 쇼핑몰 '쿠키쇼핑'의 '착한소비/공익' 카테고리에 이로운몰이 들어가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좋아짐과 동시에 시스템 구축·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쇼핑몰로서도 사회적 공헌 기회를 가지면서 윤리적 소비 수요를 흡수해 결과적으로 '윈-윈(win-win)'이 됐다.

박 대표는 "쿠키쇼핑 시스템 사용으로 인건비와 시스템 관련 비용을 절감해 매출이 안정되기 시작했다"며 "월 평균 수익 2000만 원 수준인 상황에서 시스템 유지비 1500만~2000만 원을 아끼면서 흑자구조로 전환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초창기부터 호응해준 소비행위를 하면서 좋은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쇼핑몰을 통해 눈으로 접하면서 소비자 수요 역시 늘어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2년 참여 주주사와 사회적기업들이 함께하는 공동브랜드를 출시한 후 지난해 두유와 주스, 곰국 등의 제품을 내놓았다. 일반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PB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 호응을 얻으면서 사업도 본 궤도에 올랐다.

◆ "평가 잣대, 일반기업과 달라야… 성공모델은 필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이로운넷 사무실에는 파트타임 근무까지 5~6명의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네트워크 개념의 기업이라 조직 규모를 크게 키울 필요성을 못 느꼈다. 자원을 직접 축적·투입하는 것보다 참여 주주사를 활용해 자원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성격상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의 고용 창출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원가경쟁에서 핸디캡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일방적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이들이 경제시스템에 참여하게 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평가 잣대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적 지표뿐 아니라 비경제적·비재무적 지표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 기업 비즈니스모델 정립과는 별개로, 사회적 문제 해결과 가치 증식이란 관점에서 다른 방식의 평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영복 사회적기업학회 초대회장(부산대 교수)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한국지표' 같은 잣대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정교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예컨대 알코올 중독자가 사회적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갖고 자립했다면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하기 어려운데, 이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해내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회적기업가 모델 정립도 중요과제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경영하는 수준을 벗어나 확실한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평소 좋아하는 바둑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요즘 중국의 바둑인구 저변이 엄청나게 넓어지면서 한국 바둑을 추월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처럼 사회적기업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기본 여건과 인프라가 조성된 바탕 위에서 비로소 훌륭한 사회적기업가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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