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2013년은 자신만의 투자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낸 자문사들이 돋보인 한해였다. 자문형랩 열풍이 지나간 이후 자문업계가 재편되면서 성적이 좋은 자문사와 부진한 자문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한경닷컴]은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며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 자문사 대표 10인에게 2014년 증시와 투자전략을 들었다. 11회에 걸쳐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사람들은 극적인 순간을 좋아한다. 9회 말 투아웃의 만루홈런이나 만년 꼴지의 역전극,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가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순간을 맞는다.
남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좋은 기업이 제 평가를 받게 되는 스토리. 사람들은 주목하고 주가는 급등한다. V&S(밸류 앤드 스페셜시츄에이션)투자자문은 기업들의 극적인 스토리에 투자한다.
"기업 가치가 적정한 가격으로 반영되기 전까지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내가 보는 가치'가 시장에서 실현되는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가가 투자의 최대 관건입니다."
V&S(밸류 앤드 스페셜시츄에이션) 투자자문은 가치주와 '특수 상황(스페셜 시츄에이션)'을 최우선 투자 가치로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치주 발굴에 주력하지만 그중 특수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 주목한다. 스토리가 있는 기업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TV드라마로 따지면 작품성도 있으면서 시청률도 잘 나오는 '대박'을 발굴하자는 것.
이재원 V&S 투자자문 대표(45·사진)는 "기업들의 현재 상황, 현금보유액이나 현금 흐름, 자산가치 등과 주가를 비교해 투자할 만한 종목을 고른다" 며 "기업의 미래 가치보다 현재 저평가된 종목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특수 상황은 기업분할, 합병, 구조조정, 증자, 부도, 자산 매각 등 기업 이벤트로 인해 발생하는 자산 가격의 비효율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V&S투자자문이 특수 상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일했던 경험이 덕이다.
이 대표는 "저나 이남호 대표 모두 대학 졸업 후 해외 IB쪽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시각을 갖게 됐다" 며 "외국계 IB들은 '스페셜시츄에이션 그룹'이란 별도 부서를 두고 이벤트를 이용한 차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호 대표와 이재원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8학번 동기다.
특수 상황 투자 방식은 '가치주의 함정(밸류에이션 트랩)'을 피하는 수단도 된다. 밸류에이션 트랩은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주가가 더 빠지는 경우다.
이 대표도 아세아시멘트로 밸류에이션 트랩에 걸린 적이 있다.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점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으나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주가가 더 떨어졌다. 하지만 보유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졌을 뿐 결국 50% 넘는 수익을 냈다.
이 대표는 "기업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걸려 종목들의 매매회전율이 상당히 낮은 편" 이라며 "평균적으로 자금 집행 첫 해엔 매매회전율이 50~100% 수준이고 2년째부터 50% 이하"라고 말했다.
'저평가주를 장기 보유한다'는 기본적인 가치투자 방식에 충실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가격은 싸지만 이벤트가 곁들여진 종목들이 저평가 주식" 이라며 "가치주에 플러스(+) 알파를 찾는 거지 특수상황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진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라공조나 현대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V&S는 한라공조의 최대주주인 비스테온이 한라공조의 잔여지분을 공개매수 할 수 있는 특수 상황에 주목했다. 공개매수 이슈가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된다면 추가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로 인수가 결정되면서 재작년 초 이후 40%의 수익을 올렸다.
V&S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예비 운용사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의 자문사로 선정된 곳은 100여개가 넘는 자문사 중 V&S를 포함해 두 곳뿐이다.
V&S투자자문의 1년 수익률은 30.14%. 제로인이 집계(2013년 11월 말 기준)하는 순자산 100억 원 이상 자문사 중 2위를 차지했다. 투자자문 계약고는 3500억 원에 달한다. 대표 펀드인 V&S1호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9.9%다. 2007년 최초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141.1%를 기록했다. 7년 이상 운용한 장기 운용계좌들은 135%~299.8%의 수익률을 거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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