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1억5000만원 넘으면 최고세율
종합소득세 15조 중 7조, 이미 '상위 1%'가 내는데…
"여야 타협으로 세제 왜곡" 정부·전문가 비판 목소리
법인세 '상위 1%' 부담률도 5년새 8%P 올라 86%
[ 이심기 기자 ] 소득세율(38%) 최고구간이 과표기준 연소득 1억5000만원으로 확정되면서 약 9만1000여명의 고소득자가 3200억원의 세금을 더 부담할 전망이다. 여권은 불가피한 절충이었다고 하지만 상위 1~2%의 세부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돼 부자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득세 상위 1%의 과세표준은 지난해 종합소득세 기준으로 2억5000만원 안팎이다.
○여당, 부동산 살리려 전격 양보
여야가 30일 소득세 최고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대폭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최고세율인 38%를 적용받는 고소득자도 현재 3만3000명에서 12만4000명(2011년 말 기준)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새로 소득세 최고구간에 편입되는 9만1000명은 올해까지는 35%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내년부터는 소득의 3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더 들어오는 세수는 3200억원. 과세표준 1억5000만~3억원 구간에 있는 고소득자는 1인당 연평균 352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당초 새누리당은 과표기준을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인하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으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해온 ‘양도세 중과 폐지’를 수용하겠다는 협상카드를 제시하자 과표기준을 5000억원 더 내리는 쪽으로 입장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2억원 이하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새누리당이 물러선 표면적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받아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다.
○심화되는 세수 쏠림현상
지난해 거둔 종합소득세 15조1706억원 중 상위 1%가 낸 액수는 7조4233억원에 이른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가까운 48.9%다. 상위 10%로 범위를 넓히면 13조693억원, 전체의 86.1%를 부담했다.
세제 전문가들은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해 세원을 넓히고 과세기반을 확대해 조세구조를 정상화한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정부 내에서도 정치적 타협으로 세제가 더욱 왜곡됐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국의 경우 근로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은 2011년 기준 36.1%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0%보다 높다”며 “고소득자의 세 부담 증가로 공평과세의 원칙이 깨지면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소득세 수입 중 상위 1%가 납부한 금액은 전체 소득세수의 43.9%로 미국(40%), 영국(24%)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야가 대기업에 부과하는 최저한세율(각종 감면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현행 16%에서 17%로 올리기로 한 것도 세 부담의 쏠림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상위 1%’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지난해 기준 86.0%, 금액으로는 32조7021억원에 달한다. 2007년 77.7%와 비교하면 5년 만에 8.3%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인한 추가 세수입은 1900억원에 불과하다”며 “자칫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라는 이미지를 줘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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