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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신형차 받자마자 운행도 않고 사채업자에게…'대포차'로 둔갑한 리스차…'시한폭탄'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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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대 수입차 계약…2000만원 받고 넘긴 뒤 리스료 안 갚고 잠적
어렵게 차량 찾아도 채무관계 내세우며 버텨 캐피털社 돈 회수 '막막'
서울청 교통범죄수사팀 대포차 색출 총력전



[ 박상익/이지훈 기자 ]
#서울 강남에 있는 캐피털사의 김모 자동차 리스 팀장(35)은 지난 1월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2007년 계약한 리스 차량을 6년이 지나서야 되찾았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부산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장모씨(46)가 김 팀장을 찾아온 건 2007년 8월. 자동차 리스를 위해서다. 장씨가 원한 차종은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3로 계약 가격은 7590만원. 차를 받은 장씨는 그러나 2000여만원에 사채업자에게 차를 넘겼다. 이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차를 타면서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 고지서가 시도 때도 없이 회사로 날아왔다. 김 팀장은 고지서에 적힌 적발 위치를 토대로 차를 찾아다녔다. 결국 지난 1월 경기 수원의 한 정비공장에서 되찾았지만 차를 처분하자 고작 2800만원밖에 받을 수 없었다. 김 팀장 회사가 횡령혐의로 고소한 장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명의 이전을 하지 않아 소유자와 이용자가 다른 일명 ‘대포차’의 생성 경로로 자동차 리스가 악용되고 있다. 리스 계약을 맺은 사람이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차를 맡겼다가 돈을 갚지 못하거나, 아예 리스 계약 당시부터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리스 자동차 대출은 불법이어서 사채업자들은 헐값에 넘겨받고 자동차 전문매매업체에 매각하면 추적이 쉽지 않다. 이렇게 팔려나간 리스 차들은 회수가 쉽지 않아 피해는 캐피털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대포차 값은 중고 시세 절반

국토교통부와 경찰도 국내에 돌아다니는 대포차의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처마다 대포차 기준이 달라서다. 국토부가 지난 7월까지 내놓던 대포차 추정치 통계를 더 이상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대포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여신금융업체들이 리스 차 가운데 대포차로 전락한 숫자를 자체 파악하는 정도다. 여신전문금융협회에 따르면 대포차로 사라진 리스 차는 2008년 560대, 2009년 900대, 2010년 680대다. 올해는 6월 현재 2400여대에 달한다. 리스 차가 5000만원 이상의 고급 차임을 감안하면 매년 수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중고차 거래사이트에 들어가 “2012 BMW 520을 싸게 탈 수 있느냐”는 문자를 자동차 매매업자 A씨에게 보내자 “중고로 사면 4000만원이 넘지만 담보로 잡은 최신 모델 리스 차는 250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답문이 왔다. A씨가 추천한 이 차량은 한 사채업자가 17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잡은 담보물로, 리스 차 계약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A씨에게 판 차량이다.

자동차 전문매매업자들은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ㄹㅅ’(리스), ‘ㄷㅊㅁㄱ’(대출만기), ‘ㄱㅇㅊㅁ’(개인채무) 등의 은어를 써가며 사채업자가 담보로 잡은 채무자의 리스 차를 구입해 10% 정도 이윤을 붙여 되팔고 있다. 명의 이전이 안 된 대포차이지만 수입차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유혹에 대포차를 구입하는 셈이다.

○차량 발견해도 차용증 내밀면 못 찾아

캐피털사 소유의 리스 차가 대포차로 처분된 사실을 알게 되면 캐피털사는 계약자를 횡령혐의로 고소한다. 차는 수배 차량으로 등록된다. 그러나 건물 내 주차장에 보관하면서 교통사고나 음주단속 등에 걸리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들다. 어렵게 찾더라도 대포차를 구입한 사람이 “지인과의 채무관계로 보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

서울 청담동의 한 법인 감사로 활동하던 서모씨는 2011년 7월 회사 공동대표 안모씨가 “회사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아 자동차 리스가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말에 자신의 아들 명의로 차량을 리스해 안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안씨는 지난해 3월 차량을 대포차로 넘겼고, 7000만원에 계약했던 재규어 승용차는 1500만원의 헐값에 음성적 자동차 시장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씨는 차량 도난신고를 해 지난달 차량을 찾았지만 차량 운전자에게 “채무관계가 얽혀 있어 내가 차를 살 때 쓴 25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차를 못 준다”는 황당한 요구를 들었다.

김홍주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장은 “채무관계로 발생한 대포차는 나중에 찾게 되더라도 누구에게 차를 돌려줘야 할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민사 재판에서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사채 쓴 계약자, 대부업체에 넘겨

리스 차량이 대포차로 변질되는 과정은 주로 두 가지 경로를 거친다. 사채까지 끌어써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업가나 개인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자 리스 차를 담보로 대출받고는 ‘나 몰라라’ 식으로 나오는 형태다. 이 경우 고발되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나 벼랑 끝에 내몰린 리스 차 계약자들은 쉽게 팔아넘긴다는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꺼번에 여러 대를 캐피털사로부터 리스를 받자마자 사채업자에게 넘기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 사채업자가 대출해 줄 때부터 대포차로 팔아넘기려고 작심하는 사례도 있다. 급전이 필요해 리스 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자마자 불법 대부업자들이 이 차를 대출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넘겨버리고 잠적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사채업자 농간에 대포차가 되면, 대포차는 범죄 등에 악용돼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교통범죄수사팀을 꾸려 대포차 1200여대를 추적 중이다. 김 팀장은 “캐피털사에서 내부 직원이 전문 브로커와 결탁해 쉽게 리스를 내주는 경우도 많은 만큼 엄격한 실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대포차 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오는 24일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은 채 담보로 갖고 있는 차를 타인에게 넘기거나 사용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안을 공동으로 만든 최재천 의원실 송태경 보좌관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차량수배와 영치제도로 대포차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이지훈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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