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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료 몇명 체면 때문에 온실가스 규제 못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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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전경련 등 경제5단체와 철강협회를 비롯한 16개 업종별 협회가 국회와 정부에 온실가스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2020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의 30%를 감축하겠다는 정부 목표치를 낮추고 2015년으로 예정된 배출권 거래제 시행도 연기해달라는 것이다. 무리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이 같은 요구는 최근의 국제정세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당연하다.

당장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와 실제치가 극명하게 차이난다. 2010년 실제 배출량은 정부가 2009년 계획을 짜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4% 정도 초과했다. 이 실제치를 기준으로 하면 2020년 전망치가 2009년 정부 예상치를 거의 10%나 웃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2020년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사실상의 통계 조작으로 30% 감축 원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10년 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했던 한국이 2020년에 가서 세계 예상 감축치의 3~8%를 책임지겠다고 떠벌리는 공갈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개별기업 배출 허용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게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총량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어림도 없다.

현실성도 없고 명분도 없다. 이미 교토협약은 무너졌다. 지난달 열렸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구속력 있는 감축목표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 러시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모두 참여를 거부했다. 미국 중국 인도는 처음부터 안 들어갔다. 배출량 10대 국가 중 참여국은 독일 영국뿐이다. 그나마 EU도 배출권이 남아돌고 있다. 일본은 원전 사고를 이유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감축하려던 계획을 2005년 대비 3.8% 감축으로 수정해 오히려 1990년보다 3.1% 증가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물며 한국은 의무도입국가도 아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정당화하느라 문제만 계속 키운다. 녹색 콤플렉스에 빠져 텅 빈 전장에서 나홀로 깃발만 흔드는 꼴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석탄 비중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료 몇 명의 체면 때문에 나라경제를 인질 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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