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설국열차’(934만명)와 ‘관상’(913만명)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충무로 흥행 킹’임을 과시한 송강호(46)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 역할을 한 ‘변호인’으로 오는 18일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1981년 대학생 간첩단에 관한 부림사건 실화를 모티프로 만든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부산상고 출신의 세무전문 변호사 송우석 역할을 맡아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인터넷과 트위터 상에서 작품성과 연기에 대해 찬반 논쟁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서울 광화문 근처 한 호텔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앞선 두 영화는 규모가 큰 대작들이어서 흥행을 예견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아직도 감이 안잡힙니다. 선입견 없이 대중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송강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마음을 고쳐 먹었다.
“시나리오를 받은 다음날 거절했어요.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느닷없이 과분한 작품을 받았거든요. 그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책임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후 일주일간 배역이 눈에 밟히더군요. 따스한 배역이 끌리더군요. 운명같은 시나리오였어요.”
그는 스스로 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기를 할 때에는 그분의 열정과 확고한 신념을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촬영 현장은 화목한 분위기였지만 그 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어요. 욕 먹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른 작품에서는 연기를 못하면 나만 욕먹으면 되지만 이 배역은 내가 연기를 못하면 그분에게 누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생전 처음 대본 연습도 했어요. 제 평생 가장 힘든 배역이었어요.”
그는 진짜 변호사같은 리듬으로 공판 장면 연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열정을 훼손시키지 않는 데 힘썼다고. 그러나 그런 의지가 지나친 탓인지 종반부 장면에서는 변론 중 눈물을 글썽이는 등 감상적이고 신파적이란 비판도 나왔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는 예술적인 가치보다 주인공의 내면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는 두번 만났던 인연을 소개했다.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이 칸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함께 점심을 했지만 자신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밥만 먹었다”고 했다. 또 한번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여러 사람들과 표창을 받는 자리였다고. 송강호는 지난 2년간 너무 숨가쁘게 달려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쉬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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