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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서 낭만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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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북섬 캠퍼밴 투어


[ 허준규 기자 ] 초겨울부터 영하의 날씨가 매섭다. 그렇다고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북반구와 달리 한여름을 향해 가는 따스한 남반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시드니를 거쳐 태평양의 시원한 파도를 가르는 비행기는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타우링가서 캠프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가장 먼저 할 일은 1주일 동안 동고동락할 차량을 인수하는 것.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함께 나선 일행이 있기에 캠퍼밴은 뉴질랜드 여행의 가장 합리적인 여행수단으로 자리잡았다. 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왼쪽 2번 국도를 타고 곧장 달리면 드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샐리만의 푸른 물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2시간30분 만에 타우랑가 파파모아에 닿는다.

타우랑가는 인구 15만명 정도가 사는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해안도시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청정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방학 동안 뉴질랜드를 찾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자녀들이 YMCA 홀리데이 방학 캠프에서 3~4주를 보내는 동안 부모들은 캠핑, 낚시, 골프 등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이곳 여행 정보를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온 블로거 양현택 씨의 설명이다. 아이들도 영어학원이 아니라 뉴질랜드 학생들의 방학활동 프로그램에 동참해 함께 놀면서 영어를 배운다니 참 괜찮은 여행 트렌드라는 생각이 들어 무릎을 탁 쳤다.

짜릿한 손맛 느끼는 뉴질랜드 낚시

우리의 베이스캠프는 파파모아 비치의 캠퍼밴 사이트.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지는 ‘홀리데이 파크’의 경치는 명성만큼이나 훌륭하다. 뉴질랜드에서는 흔한 여행자용 숙박 네크워크인 홀리데이파크는 캠핑카 크기에 맞게 자리를 내주는데, 텐트 야영지와 구분돼 캠퍼밴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사이트에 도착하기 전 산 식자재로 바닷가 무료 비비큐장에서 단출하게나마 뉴질랜드 입성 파티를 즐겼다. 별 여섯개짜리 호텔보다 수백 수천의 별이 맞아주는 캠핑장의 첫날밤이 저문다.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해변 끝의 망가누이산(200m)을 올랐다. 한 시간가량 오르니 고스락에 서고 타우랑가항 앞으로 남태평양의 아침을 깨우는 동이 튼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과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구 정반대 쪽에서 마주하는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는 어느새 코발트블루로 변하며 뉴질랜드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송어 플라이낚시 명소 타우포 호수

타우랑가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온천과 마오리 문화의 중심지 로토루아는 외국 여행자들에게 익히 알려진 필수코스. 특히 레드우드 수목원은 ‘한반도 공룡’ 촬영장으로 유명한데,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나무로 조성한 원시림이 마치 ‘쥐라기 공원’에 온 것처럼 압권이다.

로토루아 호수 주변의 힐링 공간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수의 발원지인 ‘해뮤라나 스프링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인근 블루레이크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해도 좋고 그게 성에 차지 않으면 카약을 타면 된다. 1시간 정도 호수 건너편으로 가면 산 위에서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내려와 차가운 호숫물과 섞이는 곳, ‘핫워터 비치’를 만난다. 이 밖에도 럭셔리 보트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계란과 옥수수를 삶아먹거나 양털깎기 체험, 마운트 바이크, 낚시, 트레킹을 즐기노라면 이틀이 모자란다.

코끝을 자극하는 유황냄새를 뒤로하고 향한 곳은 타우포 호수. 싱가포르만한 이 호수는 뉴질랜드 최대 호수로, 송어 플라이낚시가 유명한 곳이다. 자연스레 캠퍼밴은 송어낚시의 메카인 투랑기(Turangi)로 움직인다.

유기농 송어의 맛 제대로 느껴

다음날은 플라이낚시 삼매경에 빠진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플라이낚시를 하다 보니 금세 어른 팔뚝만한 송어가 펄떡인다. 팔뚝이 뻐근할 정도로 앙탈을 부리는 송어를 몇 마리 잡아서 회를 쳐 어렵게 가져온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진품 유기농 송어의 맛이 살아있다.

어스름이 다 되어서야 돌아와 무료 온천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어느덧 캠핑 6일째. 여행의 대미는 타우포 투랑기에서 30분 거리인 통가리로국립공원에서 장식한다. 이 지역에는 홀리데이파크가 없어 루하페우산 아래 빌리지에 여장을 풀었다.

그 다음날, 이곳 주변 지형을 압도하는 만년설이 쌓인 3000m급 통가리로국립공원을 알파인 크로싱하는 것이 목표. 8시간짜리 종단 트레킹이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기에 운전대를 잡을 친구 한 명만 남겨두면 된다. 이 트레킹으로 인해 여느 여행자들과 달리 뉴질랜드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허준규 캠핑전문가 campingii@naver.com


여행팁

캠퍼밴 여행이 일반화된 뉴질랜드에선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빌릴 수 있다. 6인승 승합차를 개조해 차량 뒷부분이 텐트와 이어지도록 만든 2인승 캠퍼밴은 물론 45인승 버스의 내부를 뜯어내고 노래방 시설과 42인치 평면 텔레비전을 갖춘 초호화 캠퍼밴도 있다.

오클랜드공항 인근 업체에서 캠퍼밴을 빌려 홀리데이파크의 캠퍼밴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뉴질랜드 북섬 내륙에는 네트워크를 갖춘 여행자용 숙박시설 홀리데이파크가 흔하며, 대부분 온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캠핑협동조합(070-700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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