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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트코인, 보완화폐 수준에 머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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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가격 치솟고 있는 비트코인
발행량 제한 등 태생적 한계 내포
'성공의 역설' 직면할 가능성 높아"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slee@lgeri.com >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 열풍이 국제적으로 거세다. 10월 초 12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두 달여 만에 10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연초의 13달러에 비하면 10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2009년 세상에 나온 비트코인은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발행하는 기존의 가상화폐와 달리 새롭고 독특한 특징이 많다. 우선 발행주체 없이 컴퓨터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된다. 특별히 사용처에 제한이 없고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기존 화폐와 자유롭게 교환도 가능하다. 금융회사의 중개 없이 개인 간에 직접 자금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 절감 효과가 크다. 전자지갑이라는 파일 형태로 존재하므로 보관과 이동이 수월하다. 지리적 국경에 제한받지 않고 국제거래에 뒤따르는 환전비용이 들지 않아 글로벌 통화로서 기능할 잠재성도 지닌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주요 특징은 익명성이다.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설치할 때 개인신상을 노출할 필요가 없다. 개인 간에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자금 추적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불법거래나 범죄, 탈세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발행량이 최종적으로 2100만 단위로 제한되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절반이 넘는 1200만 단위가 발행된 상태다. 발행 규모 제한으로 인해 비트코인은 희소성을 지니게 되고 통화 남발에 따른 가치저하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발행량 제한이라는 특성은 화폐시스템으로서 근본적인 한계로도 작용한다. 비트코인 경제 내에서는 통화당국이 통화량을 조절해 경기과열이나 침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희소성으로 인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실제 상품거래에 활발히 이용되기보다 귀금속 자산처럼 축적의 대상이 될 뿐이다.

또 비트코인의 사용이 확산돼 기존 화폐시스템을 크게 침해할 정도에 이를 경우 정책당국의 견제와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가상화폐의 확산이 달가울 리 없다. 비트코인은 널리 확산될수록 화폐의 거래수단 기능이 약화되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이른바 성공의 역설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나라가 관망 중이고 몇몇 나라들은 비트코인을 합법화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판정할 근거가 충분치 않은 데다 초국적 성격으로 인해 한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더라도 다른 나라로 비트코인 거래가 이전될 뿐이라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이 때문에 차라리 화폐로서 인정하고 적절한 규제 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실험 중이다. 앞으로 기존 화폐시스템을 뒤흔들 정도에 이를 수도 있겠으나 한 시기의 유행으로 끝나 버릴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다. 법화처럼 정부의 권위에 의해 강제 통용력을 지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열기가 식으면 한순간에 가치가 급락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각국 정부의 옹호 또는 묵인 하에 보완화폐로서 자리잡는 정도가 최선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기까지도 가치의 불안정성과 해킹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넘어야 할 벽이 적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비트코인 붐이 일 조짐이다. 정책당국으로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올 수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현재 화폐시스템이나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미칠 영향, 지하경제에 악용될 가능성 등 관련 연구와 함께 법적, 제도적 대처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이창선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cslee@lgeri.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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