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가 145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한국이 38위에 그쳤다고 한다. 작년 29위에서 9계단이나 후퇴했다. 정부 규제, 관료주의, 경제활동 자유, 부패, 세제, 혁신 등 11개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제도적 요인 74위, 정부 규제 부담 95위, 규제완화 101위에 그쳐 전체 순위가 25위로 작년보다 6계단 떨어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규제완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외부 평가는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꾸역꾸역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다. 규제를 폐지한다지만 신설되는 규제가 훨씬 더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통계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정부 규제는 2008~2012년 사이에 2003건이나 순증했다. 183건이 폐지됐지만 1650건이 신설됐고, 완화된 규제는 75건인데 반해 강화된 규제는 611건이었다. 심지어 2009년에는 부처들이 6117건의 규제를 숨겨놓고 있던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총 규제건수는 매년 늘어 올 8월 현재 1만5000건을 넘는 규제가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도 다르지 않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보조금을 잡겠다며 제조업체들의 영업비밀까지 공개하라는 소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을 만들려고 한다. 관세청도 면세점에 국산품 매장과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더 많이 넣으라는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관료들은 쥐꼬리만한 명분이라도 있으면 규제를 만들어낸다. 국무조정실이 736개 규제법률을 전수 조사해 파악한 기업활동규제가 지난 4월에는 1530건이던 게 8월엔 1845건으로 불어났다. 국무조정실이 내년까지 1650건의 규제를 풀겠다지만 허공을 맴도는 약속이다.
정부는 국회가 지원해주지 않아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정부 규제를 보고 있노라면 웃기는 핑계다. 한편에선 규제완화를 말하고 다른 편에선 새 규제를 쏟아내는 이중언어다. 국회를 탓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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