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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퍼트롤] 웃지 못할 '베스트 애널리스트' … 증권사 은밀한 영업에 푸념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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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나 기자 ]
"연말 막바지 '영업'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자산운용사 임원들에게 '러브콜' 한 통이라도 더 하느라 바쁩니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

"베스트 애널리스트 폴(poll) 지가 돈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신뢰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게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예요."(B 증권사 애널리스트)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명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 사이의 '은밀한 스킨십' 관행과 전례 없는 증권업계 불황으로 본래 취지가 변질된 탓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 투자기관 등의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매긴 점수에 따라 선정된다.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우수한 분석능력을 자랑한 애널리스트를 뽑는 게 목적이다. 보통 상반기나 하반기가 끝날 무렵 투표가 이뤄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얼굴 도장 찍으려고 식사에 선물 공세까지 퍼붓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며 "증권사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투표 결과가 '목줄'을 왔다 갔다하게 할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영업 잘해야 순위 올라가 … 공공연한 업계 비밀"

일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의 유착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을 앞두고 이런 관행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속한 리서치센터 차원에서 '영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 수장의 입김에 따라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리서치센터장이 다른 증권사로 옮기면서 해당 리서치센터는 단숨에 1위로 올랐다. 당시 업계는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냉소로 가득했다.

회사가 허리띠를 졸라매도 인원 삭감의 회오리에서 비껴간 리서치센터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라는 전언이다.

◆ '워스트 애널리스트'가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에서 10년간 일한 펀드매니저는 "너무 많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점수를 매겨야 하다보니 적당히 중간 점수를 준다" 며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사실상 없어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워스트(Worst) 애널리스트'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애널리스트가 추천종목으로 강력하게 민 회사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렸지만 해당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이름표를 얻기도 한다.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느 누구도 나서 관행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는 푸념도 흘러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을 둘러싼 퇴폐적인 관행은 증권업을 퇴보시키는 주범" 이라며 "명확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애널리스트 대신 우수 리포트를 뽑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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